[쉼-息]/빈자의 양식

바 닥

그러한 2012. 9. 21. 10:07

 

 

바 닥

 

- 박성우

 

 

괜찬아, 바닥을 보여줘도 괜찬아

나도 그대에게 바닥을 보여줄게, 악수

우린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위로하고 위로 받았다가

그대의 바닥과 나의 바닥, 손바닥

 

괜찬아, 처음엔 다 서툴고 틀려

처음이 아니어서 능숙해도 괜찬아

그대와 나는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핥았던가

아, 달콤한 바닥이여, 혓바닥

 

괜찬아, 냄새가 나면 좀 어때

그대 바닥을 내밀어봐,

냄새나는 바닥을 내가 닦아줄께

그대와 내가 마주 앉아 씻어주던 바닥, 발바닥

 

그래, 우리 몸엔 세계의 바닥이 있지

손바닥과 혓바닥과 발바닥,

이 세바닥을 죄 보여주고 감쌀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겠지,

언젠가 바닥을 쳐도 좋을 사랑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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