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세상의 등뼈

그러한 2012. 9. 21. 10:16

 

세상의 등뼈

 

- 정끝별

 

 

누군가는 내게 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입술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어깨를 대주고

 

대준다는 것, 그것은

무작정 내 전부를 들이밀며

무주공산 떨고 있는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져

더 높은 곳으로 너를 올려준다는 것

혈혈 단신 땅에 묻힌 너의 뿌리 끝을 일깨우며

배를 대고 내려앉아 너를 기다려준다는 것

 

논에 물을 대주듯

상처에 눈물을 대주즛

끝 모를 바닥에 밑을 대주듯

벌린 입에

거룩한 밥이 되어준다는, 그것은

 

사랑한다는 말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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