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박이
인간의 삶을 불행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를 한 가지만 말해보라고 한다면,
저는 주저 없이 '비교'를 첫손가락에 꼽겠습니다.
'무엇에 비해서'라는 수사가 동원되는 순간 삶의 리듬은 헝클어지고
내 목표는 초라해지거나 허황돼 보이기 시작합니다.
올림픽 동메달리스트는 은메달리스트보다 만족감을 더 많이 느낀다고 합니다.
은메달리스트는 비교 대상이 금메달리스트여서 상실감이 크지만,
동메달리스트는 비교 대상이 메달을 따지 못한 사람이어서 안도감이 크다는 것이지요.
어느 학자의 말처럼, 현대사회에서는 물질적으로 잘 살게 될수록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
불행해지는 역설이 성립합니다.
잘 살게 될수록 자신보다 더 잘 사는 사람을 이웃으로 두게 될 가능성이 높아서 그렇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외롭지만, 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사는 치명적 외눈박이가
덜 불행할 수도 있다는 역설조차 가능한 건 아닐는지요.
- 정혜신, <마음미술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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