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나누고 싶은 글

외눈박이

그러한 2013. 5. 31. 19:44

 

 

외눈박이

 

 

인간의 삶을 불행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를 한 가지만 말해보라고 한다면,
저는 주저 없이 '비교'를 첫손가락에 꼽겠습니다.

'무엇에 비해서'라는 수사가 동원되는 순간 삶의 리듬은 헝클어지고

내 목표는 초라해지거나 허황돼 보이기 시작합니다.


올림픽 동메달리스트는 은메달리스트보다 만족감을 더 많이 느낀다고 합니다.
은메달리스트는 비교 대상이 금메달리스트여서 상실감이 크지만,

동메달리스트는 비교 대상이 메달을 따지 못한 사람이어서 안도감이 크다는 것이지요.


어느 학자의 말처럼, 현대사회에서는 물질적으로 잘 살게 될수록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

불행해지는 역설이 성립합니다.

잘 살게 될수록 자신보다 더 잘 사는 사람을 이웃으로 두게 될 가능성이 높아서 그렇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외롭지만, 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사는 치명적 외눈박이가

불행할 수도 있다는 역설조차 가능한 건 아닐는지요.

 

 

- 정혜신, <마음미술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