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빗방울, 빗방울

그러한 2013. 6. 18. 14:42

 

 

빗방울, 빗방울 

 

- 나희덕

 


버스가 달리는 동안 비는
사선이다
세상에 대한 어긋남을
이토록 경쾌하게 보여주는 유리창


어긋남이 멈추는 순간부터 비는
수직으로 흘러내린다
사선을 삼키면서
굵어지고 무거워지는 빗물
흘러내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더 이상 흘러갈 곳이 없으면
빗물은 창틀에 고여 출렁거린다.
출렁거리는 수평선
가끔은 엎질러지기도 하면서


빗물, 다시 사선이다
어둠이 그걸 받아 삼킨다
순간 사선 위에 깃드는
그 바람, 그 빛, 그 가벼움, 그 망설임


뛰어내리는 것들의 비애가 사선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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