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은 그 어떤 침묵보다 신중하고, 그 어떤 말보다 순정하다.
경청은 열중하며 인내하며 증류한다.(간혹 묵살을 예의 바르게 하기 위해서 경청하기도 한다.)
경청은 가장 열정적인 침묵이다.
누군가의 속 깊은 말 한마디에 빙그레 지어지는 미소, 이것은 경청에 대한 별미다.
붉은 것으로 가득한 식탁에 조리를 하지 않고 올리는 흰 두부와도 같다.
때로는 울음을 경청해야 하는 순간도 있다.
울음을 달래주는 데에는 동질감을 드러내는 것이 최상이지만,
그저 그것을 안으로 삼키며 경청은, 울음을 고스란히 덮어쓴다.
그러나 요란한 교류에 이미 익숙해져버린 우리는, 경청해준 그 사람을 발견하지 못할 때가 많다.
대꾸가 없다고 핀잔을 하기도 한다. 그것은 경청에 대한 오해다.
경청은 다리를 건너는 것과 같다.
건너고 나면, 그 어떤 유대의 표현들보다 훨씬 더 자애로운 힘을 지닌,
튼튼한 다리 하나가 너와 나의 뒤에 놓여 있다.
- 김소연, <마음사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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