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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에, 나는 처음으로 어머니를 생각했다.
왜 만년에 어머니는 '약혼자'를 정했는지, 왜 새로운 삶을 꾸며 보려고 했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곳 생명들이 꺼져 가는 양로원 근처에서도, 저녁은 서글픈 휴식 시간처럼 느껴졌었다.
그런 죽음 근처에서, 어머니는 오히려 생의 해방감을 느끼고, 모든 것을 새롭게 살아 보고 싶었던 것일 게다.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할 권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없다.
그리고 나도 또한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그 커다란 분노가 내 괴로움을 씻어 주고 희망을 없애 준 것처럼,
표적과 별들이 드리운 밤을 지켜보며 나는 난생 처음으로 이 세상의 다정스런 무관심에 내 마음을 열었다.
이 세상이 그처럼 나와 동일하며 형제 같다는 생각에 나는 행복했으며, 또 지금도 행복하다고 느꼈다.
모든 것이 완성되기 위해서, 그리고 내가 외롭지 않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서,
내가 바라는 마지막 소원은 내가 사형을 당하는 날 보다 많은 구경꾼들이 나를 증오의 함성으로 맞아주었으면 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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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베르 까뮈, 『이방인』 본문 중(김병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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