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밑줄 긋기

한가로움

그러한 2016. 11. 15. 15:03

 

 

사통팔달의 큰길 옆에도 한가로움은 있다.

마음이 한가롭기만 하면 굳이 강호(江湖)를 찾아가고 산림에 은거할 필요가 있으랴?

 

내가 사는 집은 저잣거리 바로 옆이다.

해가 뜨면 마을 사람들이 장을 열어 시끌벅적하다.

해가 들어가면 마을의 개들이 떼를 지어 짖어댄다.

그러나 나만은 책을 읽으며 편안하다.

 

때때로 문밖을 나가보면, 달리는 자는 땀을 흘리고, 말을 탄 자는 빠르게 지나가며,

수레와 말은 사방팔방에서 부딪치며 뒤섞인다.

그러나 나만은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천천히 걷는다.

 

저들의 소란스러움으로 내 한가로움을 놓치는 일 한 번 없다.

왜 그런가? 내 마음이 한가롭기 때문이다.

 

사방 세 치의 마음이 소란스럽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그들의 마음에는 제각기 영위하는 것이 있다.

장사하는 자는 작은 금전을  놓고 다투고, 벼슬하는자는 영욕(榮辱)을 다투며,

농사짓는 자는 밭갈이와 호미질하는 것을 다툰다. 바삐 움직이며 날마다 소망하는 것이 있다.

이러한 사람은 반드시 영릉(零陵) 남쪽 소상강(瀟湘江) 사이에 데려다놓는다 해도,

반드시 팔짱을 낀 채 앉아서 눈을 감고 그들이 추구하던 것이나 꿈꾸고 있으리라.

그들에게 한가로움이 무슨 필요가 있으랴?

 

그렇기에 나는 말한다.

 

"마음이 한가로우면 몸은 저절로 한가롭다."

 

 

- 이덕무

 

 

'[쉼-息] > 밑줄 긋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도의 관계론  (0) 2019.02.13
나는 이제, 나를 살기로 했다  (0) 2017.05.23
삶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0) 2016.05.03
개인심리학으로 풀어내는 삶의 기술  (0) 2016.02.17
용서의 단계  (0) 2016.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