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밑줄 긋기

탐험되지 않은 땅

그러한 2008. 4. 29. 13:30

 

탐험되지 않은 땅



나는 우리 인간이 언제나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가진 기회들과 자연 그 자체는 늘 변화하는데도 말입니다.
인류를 보십시오. 두 명의 인간 사이에는 크게 다른 점이 없습니다.
비슷한 크기에 비슷한 폭과 몸무게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쪽 사람에게 삶은 권태, 지루함, 먼지와 잿더미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는 머릿속에 가득한 걱정거리들 -
마치 몸속 내장 기관들이 서로 부딪히는 것 같은 - 을 술로 잊으려 합니다.
하지만 서쪽 야생 지대에서 동시대를 사는 사람에게 삶은
모든 고귀한 노력의 장이며, 낙원이고, 훌륭한 전사들이 살아가는 곳입니다.
동쪽 사람은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이 천가지나 된다고 불평합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일과 - 비록 그것들이 천 가지라고 할지라도 -
그 자신의 삶이 하나라는 사실을 그는 깨닫지 못합니다.

세상의 남자들과 소년들은 모든 종류의 일을 배우고 있습니다,
다만 자기 자신이 되는 법을 제외하고는.
그들은 집 짓는 법을 배우지만, 구멍 속 두더지처럼 집 안에서 만족하며 살아가지는 못합니다.
집을 지을 적당한 터가 없다면, 그리고 그곳에서 살 수 없다면 집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먼저 집을 세을 터를 잘 고르십시오.
만일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해 믿은을 갖고, 자신으로부터 멋진 것들을 기대하고 있다면,
당신이 그를 어디에 데려다 놓든지, 그에게 무엇을 보여 주든지 -
물론 당신은 그를 어디에도 데려다 놓을 수 없고, 그에게 아무 것도 보여줄 수 없겠지만 -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그는 어디에 있든 당당할 것입니다. 그는 건강하고 늘 배가 고픈 사람입니다.
딱딱한 빵껍질을 먹어도 그는 달콤하다고 말할 것입니다.

자포자기한 사람은 지옥에 살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는 가장 맛있는 과일을 먹어도 구역질을 할 정도로 병들어 있습니다.

잠자든 깨어 있든, 달려가든 걸어가든, 현미경을 사용하든 망원경을 사용하든, 혹은 맨눈으로 보든,
인간은 결코 아무것도 발견하거나, 따라잡거나, 뒤에 남길 수 없습니다. 오직 자기 자신 밖에는.
그가 무엇을 말하든 또는 어떤 행동을 하든 그는 결국 자기 자신을 전달할 뿐입니다.
만일 그가 사랑에 빠졌다면 그는 사랑을 할 것이고, 천국에 있다면 즐거워할 것이고,
지옥에 있다면 고통스러워할 것입니다.
그가 어디에 있는가를 말해 주는 것은 그의 마음입니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것은 그의 마음, 또는 운명입니다.
그런 사실을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해도, 또한 굳이 "내 자신의 운명은 이곳에서 만들고 수선함 -
당신 것은 제외'라고 커다랗게 간판을 써붙이지 않아도 그는 그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그는 하루 24시간 그 일을 하고 마무리를 합니다.
다른 일은 소홀히 하거나 망쳐 버리더라도, 그 일을 소홀히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발 만드는 일 따위를 본업으로 하는 척하면서
자신들이 힘들게 일하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어떤 것을 향해 손을 뻗거나 열망하는 것은 본능적인 것입니다.
그런 본능을 바탕으로 자연의 모든 것은 서로를 구성하고 협력합니다.
세상은 그렇게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본능은 헛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나태함과 절실함 역시 본능의 일부분입니다.
열정적이고, 부지런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은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전쟁터에서 싸울 준비를 하려면 절실한 동기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자신의 삶을 싸구려로 취급하는 것이 됩니다.

만일 당신이 이 삶을 그저 늙은 종교인들처럼 가식적으로 살려고 한다면,
다시 말해 가뭄에 씨를 뿌리는 것처럼,
바람 빠진 풍선처럼 그렇게 알맹이 없이 삶을 이끌어가려고 한다면,
당신의 모든 기쁨과 평온함은 쓴웃음과 참고 견디는 일로 전락해 버릴 것입니다.
사실 당신은 아틀라스처럼 세상을 당신 어깨에 짊어지고 그것과 함께 나아가야만 합니다.
당신의 꿈을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하고,
그 꿈에 당신이 얼마나 마음을 바쳤는가에 따라 결과가 주어질 것입니다.
이따끔 등과 어깨가 뻐근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땐 그것을 고쳐 들거나 이리저리 돌려서 자세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겁쟁이는 고통스러워하지만, 영웅은 그것을 즐깁니다.
그렇게 한나절 걷고 난 뒤, 빈 공간에 어깨의 짐을 던져두고 앉아서 점심을 먹으십시오.
예기치 않게 어떤 불멸의 깨달음이 당신을 찾아올 것입니다.
당신이 앉아 있는 강둑은 향기로운 꽃들로 넘쳐나고,
빈 공간에 던져진 당신의 세상에는 한 마리의 윤기 나는 사슴이 경쾌하게 뛰어다닐 것입니다.

우리가 아직 시도하지 않은 일 외에 '탐험되지 않은 땅'이 어디인가요?
모험 정신을 가진 자에게는 모든 곳 - 런던, 뉴욕, 우스터 또는 자기 집 앞마당 - 이
'탐험되지 않은 땅'입니다.
하지만 나태하고 패배한 영혼에게는 심지어 북극성 조차도 별 볼일 없는 장소일 것입니다.
설령 그곳에 간다 해도 그들은 늘 그래 왔던 것처럼
그저 자고 싶고 쉬고 싶고 포기하고 싶을 것입니다.
알려진 지역과 얄려지지 않은 지역의 차이가 거기에 있습니다.

늘 다니던 길을 습관처럼 다시 밟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당신의 발길로 닳은 안정되고 익숙한 길에는 독사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모든 길은 낯설고 새로운 곳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당신이 밥을 먹고 옷을 입는 이유입니다.
옷을 수선해서 입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 옷을 입고 당신의 길을 수선하지 않는다면.

우리, 노래를 부릅시다.

 

 

- 헨리 데이빗 소로우,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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