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나누고 싶은 글

밀란 쿤데라, <느림> 중에서

그러한 2008. 5. 15. 14:39

 

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져 버렸는가?
아, 어디에 있는가, 옛날의 그 한량들은?
민요들 속의 그 게으른 주인공들,
이 방앗간 저 방앗간을 어슬렁거리며
총총한 별 아래 잠자던 그 방랑객들은?

시골길, 초원, 숲속의 빈터, 자연과 더불어 사라져버렸는가?

 

체코의 한 격언은 그들의 그 고요한 한가로움을
하나의 은유로써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그들은 신의 창(窓)들을 관조하고 있다고.
신의 창들을 관조하는 자는 따분하지 않다, 그는 행복하다.
우리 세계에서, 이 한가로움은 빈둥거림으로 변질되었는데,
이는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이다.
빈둥거리는 자는, 낙심한 자요, 따분해 하며,
자기에게 결여된 움직임을 끊임없이 찾고 있는 사람이다.

 

- 밀란 쿤데라, <느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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