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몸 하나의 희망

그러한 2008. 5. 17. 13:15

 

몸 하나의 희망


희망찬 얼굴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대안이 없다, 크나큰 위기다, 전망이 안 보인다,
모두들 길을 잃고 모두들 힘 빠지고
모두들 춥고 쓸쓸한 날들입니다
우리,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길을 잃었다고 자기를 잃어버리지 마십시오
무엇에든 쉬이 놀라지 마십시오 쉬이 들뜨지 마십시오
자기 선 자리에서 현실에 충실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모색과 지난날에 대한 정리와
자신을 성찰하는 일에서 균형감각을 놓치지 마십시오
상황이 어려울수록 조용한 자신감을 잃지 마십시오

때를 만나지 못하여 세상에서 뜻을 펴기가 매우 어려워질 때는
근본의 자리로 돌아가 뿌리를 깊숙이 내리고
어려움을 잘 견디어 몸을 보존하는 것이 참의 길이다<장자 선성편>


몸이라니, 구차한 이 몸을 잘 보존하라니......
아닙니다 몸을 망치면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내 큰 몸'인 세상을 푸르게 살려나갈 미래의 씨알인 '내 몸'입니다
여기 검고 작은 꽃씨 하나가 그냥 씨앗이 아닙니다
지난 한 생의 비바람과 해와 달과 인연이 고스란히 응결된
미래 희망의 '꽃몸'입니다
그대 몸 속에도, 지난 시대의 모든 것이 들어 있고, 다시 때를 찾아,
싹이 트고 꽃 피어날 미래가 다 들어 있습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근본 자리로 돌아가 뿌리를 깊숙이 내리십시오
하루하루 치열하게 '기다림'을 사십시오 멀리 내다보는 오늘을 사십시오

우리가 길을 잃은 것은 어찌할 수 없지만
자기를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는 것입니다
우리가 때를 잃은 것은 어찌할 수 없지만
'몸'을 망쳐버리면 과거도 미래도 다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지금은 긴 호흡으로, '몸 하나의 희망'입니다

- 박노해 님의 <사람만이 희망이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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