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망상 때문에 수행에 진척이 없습니다.
답 염려하지 마십시오. 마음을 현재 순간에 두십시오. 마음에 무엇이 일어나든지 오직 알아차리기만 하고 그대로 두십시오. 없애려고도 하지 마십시오. 그러면 마음이 평상 상태로 돌아올 것입니다. 좋거나 나쁘거나, 뜨겁거나 차갑거나, 빠르거나 느리거나 간에 차별심을 두지 마십시오. 나도 없고 너도 없고 자아라는 것도 없고 모두가 있는 그대로일 뿐입니다.
걸어가고 있다면 특별히 다른 무엇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로지 걷기만 하십시오. 그리고 눈앞에 있는 것을 주시하십시오. 홀로 있거나 은둔해야만 한다고 집착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디에 처해 있든지 평상심 상태에서 관찰함으로써 자신을 알도록 하십시오.
의혹이 일어나면 의혹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관찰하십시오. 매우 간단합니다. 무엇에도 매달리지 마십시오. 수행은 마치 길을 따라 걷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대는 가끔 장애물과 마주칠 것입니다. 번뇌를 만나면 오직 알아차리기만 하십시오. 그리고 그냥 보내 버림으로써 극복해 보십시오. 이미 지나쳐 온 장애는 생각하지 마십시오. 아직 오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현재에만 머무십시오. 갈 길이 얼마나 먼 지,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신경 쓰지 마십시오. 모든 것은 변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만나게 되든지 붙잡지 마십시오.
결국 마음이 자연스러운 균형을 이루게 되면서 수행이 저절로 되어갈 것입니다. 모든 것은 저절로 왔다가 저절로 사라지니까요.
수행이란 지금까지 길들여진 습(習)에 더 이상 먹이를 주지 않고, 번뇌들을 퇴치하려고 시도할 때 시작되는 것입니다. 갈등과 장애가 일어나는 곳, 바로 그 곳이 손을 대야 할 부분입니다. 버섯을 딸때도 무턱대고 따지는 않습니다. 어떤 버섯이 먹을 수 있는 종류인지를 알아 본 다음에 땁니다. 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독사에게 물렸을 때처럼, 갖가지 맹독성을 지닌 번뇌로부터 벗어나려면 그 위험한 독성에 대해 알아야만 합니다.
탐(貪), 진(瞋), 치(癡)라는 번뇌들은 고통과 이기심의 뿌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는 번뇌를 극복하고 정복하고 그 영향에서 벗어나 마음의 주인이 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물론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마치 붓다께서 그대에게 어린 시절부터 친했던 친구와 이별하라고 이르시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번뇌는 호랑이와 같습니다. 우리는 정념(正念), 정진력, 인내력을 총동원해 견고하게 잘 만든 우리 안에 그 호랑이를 가두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습관적인 욕구들을 채워 주지 않음으로써 호랑이(번뇌)를 굶어 죽게 할 수 있습니다. 굳이 칼로 난도질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가령 부모가 자식을 두었는데 자라면서 불경스러워졌다고 칩시다. 자식의 행동에 곤혹스러워진 부모는 “대체 어디에서 이런 자식이 나왔는가?라고 묻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와 같이 고(苦)는 우리가 사실상 진리를 잘못 이해하고[邪見], 갖가지 정신 작용에 집착하는 데서 오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물소를 길들이듯 길들여야 합니다. 물소는 우리의 생각이고 주인은 수행자이며 물소를 키우고 훈련시키는 일은 수행입니다. 길들여진 마음만이 진리를 볼 수 있으며, 자아의 생성 원인과 그 끝, 즉 모든 고(苦)의 멸(滅)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복잡한 게 아닙니다.
수행 과정에서는 누구에게나 번뇌가 있습니다. 번뇌가 일어나면 부딪쳐 싸우면서 번뇌들과 더불어 수행해야만 합니다. 이것은 생각만으로 될 일이 아니라 직접 체험으로 겪어 봐야 할 일입니다. 거기에는 엄청난 인내가 요구됩니다. 차츰차츰 우리는 습관적 사고 방식과 느끼는 방식을 바꿔 나가야만 합니다.
우리가 모든 사물을 ‘나’나 ‘나의 것’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얼마나 고통을 받게 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 점을 확실히 알게 되면 놓아 버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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