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꽃의 노래

그러한 2008. 6. 28. 12:43

 

 

나는 자연의 목소리에 의해
말해지고 다시 되풀이되는 어떤 이야기
나는 푸르게 펼쳐진 하늘에서
초록빛 양탄자위로 떨어지는 별
나는 겨울을 품고 있는 대자연의 딸
봄은 생명을 주어 태어나게 하고
여름은 무릎 안에 놓아서 기르고
가을에는 휴식하며 잠이 든다네.


새벽이 오면 나는 미풍과 한 몸이 되어
빛의 도착을 알리고
저녁이면 나는 새들과 더불어
빛의 작별을 노래한다네.


들녘들은 나의 아름다운 빛깔로 꾸며지고,
대기는 나의 향기로 가득 넘쳐난다.


내가 잠이 들 때면
밤의 눈들인 별빛들이 나를 돌보아 주고
내가 깨어났을 때
나는 낮의 유일한 눈인 태양을 응시한다네.


나는 이슬을 와인처럼 마시고
새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흔들리는 풀잎의
율동에 맞추어 춤을 춘다.


나는 사랑하는 연인들의 선물,
나는 결혼식 화환
나는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
나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죽은 이에게 바치는 마지막 선물
나는 기쁨의 한 부분이며 슬픔의 한 부분

  
하지만 나는 오직 빛을 바라보기 위해
높은 곳을 올려다 볼 뿐,
내 그림자를 바라보기 위해
아래를 내려다보지는 않는다.
이것이 인간이 반드시 배워야 할 지혜다.


- 칼릴 지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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