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食]/새우의 강

2000년 8월 29일(화) : 두알라에서 - 1

그러한 2008. 7. 10. 13:26

 

2000 8 29() : 두알라에서

 

- 아침에 약간 비 온 다음 갬, 경비 15,150세파

 

아침 8에 눈을 떴지만 어제 좀 무리를 해서인지 침대에서 미적대다가, 겨우 일어나서 씻고 10 지나서야 주변 산책 겸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왔다. 어젯밤 생각했던 대로 호텔은 시내 외곽의 약간은 지저분한 작은 상가지역에 위치하고 있었다. 식당을 찾지 못해서 다시 호텔로 돌아와 오믈렛과 커피로 아침 요기를 했는데, 맛은 있는 편이지만 가격은 역시 비싸다. 이대로 지출하다가는 며칠 버티지 못하고 경비부족으로 여행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든다. 하지만 두알라만 벗어나면 물가가 그리 비싸지 않을 거라고 위로해보기로 한다.

 

12에 호텔을 나와서 택시를 타고 시청으로 향했다. 이 나라에서 가장 큰 도시인 만큼 시내 구경을 하고 싶었다. 야운데가 차분한 분위기인 반면, 이 곳은 활기찬 분위기가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나 건물에서 진하게 느껴진다. 특히 세련된 양식의 고층건물이 많이 눈에 띄어서 제 일의 경제 도시라는 것을 자랑하는 듯 하다. 분수같이 생긴 조형물이 인상적인 시청 광장 주변의 벤치에는 시민들이 앉아서 담소를 나누는 풍경이 한가로워 보인다. 나도 그런 분위기를 느껴보려고 그 자리에 잠시 앉아있었더니, 옆 자리에 앉은 붸아 출신이라고 소개한 맘씨 좋게 생긴 아저씨가 땅콩과 옥수수가 섞인 주전부리 한 봉지를 선물이라며 사 주는 것이 아닌가! 맛도 괜찮았지만 넉넉한 마음씨에 약간은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는 듯 하다.

안내책자에 나와있는 두알라박물관(Musée du Douala)을 찾아서 법원(Palais de Justice) 근처로 갔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대신 근처 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작품을 감상했다. 이제 막 전시를 시작하려고 그림이나 조각 등을 설치 중이었는데, 색채감 있는 회화도 좋았지만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남녀 직원들 혹은 예술가들 의 일하는 모습도 더없이 신선했다. 박물관은 시청건물 2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점심 시간에는 문을 닫는다는 것을 나중에 확인할 수 있었다.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크고 작은 공원이 여러 개 있어서 시민들 정서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옛 정부청사(Place de Gouvernement)도 찾아보았는데, 외부에서 보면 흡사 중국건물이 아닌가 싶은 외형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내부의 타일 등은 60년 이상 된 것이라는 관리인의 설명을 들었다. 지금은 여행사, 식당 등이 들어서 있는 것이 흠이지만 세월이 조금 지날 때까지 건물이 유지되기만 한다면 제대로 대접을 받을 날도 있을 거라고 위안을 해 보았다.

이제 시내의 주도로(Boulevard de la Liberté)를 따라 걸어가면서 주요 건물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프랑스문화원을 찾아 보았지만 다른 곳으로 옮겼는지 보이지 않는다. 신탁통치를 거치는 과정에서 프랑스는 현재까지도 카메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나라이다. 각 지방에 설치되어 있는 프랑스문화원은 특히 젊은이들의 강한 문화적 욕구 충족에 여러모로 많은 역할을 해오고 있다.

대성당은 야운데와 달리 다소 외곽에 위치하고 있다. 평일인 점도 고려해야겠지만 너무 조용해서 경건한 분위기가 더한 것 같고, 전체적으로 규모도 커 보인다. 예배당 내부도 큰 편이고, 일부 교인들이 예배와 묵상을 드리는 모습도 아름답게 보인다. 부속학교도 있는지 많은 아이들이 뒷마당 근처의 벤치에서 선생님인 듯한 사람에게 열심히 설명을 듣고 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공동 묘지도 보이는데 관리가 그다지 잘 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길을 따라 계속 가다 보니 유난히 모터사이클을 탄 젊은이들이 많이 보인다. 폭주족인가,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옆에 멈춰 서며 타라고 권한다. 이 곳에는 택시도 있지만 모터사이클도 대중교통수단의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요금이 조금 저렴하긴 하지만 위험하게도 보여 선뜻 타기에는 망설여진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극장은 부리극장(Cinéma Wouri)인데,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관리도 잘되고 있지는 않은 인상을 준다. 야운데에 있는 아비아극장과 프로그램 안내장이 비슷한 걸로 봐서는 혹시 같은 계열회사가 아닌지 모르겠다. 카메룬의 극장에서는 헐리우드 영화를 프랑스어로 더빙해서 상영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그나마 모두 프랑스를 통해 들여온다. 국내에서 제작되어 극장에 걸리는 영화는 없고, 일부 감독이 독립영화수준의 짧은 작품을 실험하고 있는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