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食]/새우의 강

2001년 4월 30일(월) : 림베로 - 1

그러한 2008. 7. 12. 12:46

 

2001 4 30() : 림베로

 

- 쿰바(4:20, 버스), 림베(2:45, 완행버스), 경비 14,050세파

 

평소처럼 여섯시 조금 지나서 눈을 떴다. 씻고나서 우선 짐부터 정리하고 호텔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했다. 어제 하루종일 걸어서인지 몸이 피곤하기도 하고 오늘은 갈 길이 멀기도 해서 아침산책은 생략하기로 했다. 야운데로 돌아가기 전에 림베에서 하루를 보낼 생각이다. 그러자면 쿰바를 거쳐 다시 아래로 내려가야 하니까 저녁때나 도착할 것 같다.

방으로 와서 양치질만 간단히 하고 바로 호텔을 나섰다. 팁으로 100세파를 두는 일도 잊지 않는다. 걸어서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생수부터 하나 샀다. 여행 중에 제일 필요한 것이니 만큼 살 수 있을 때 가장 우선적으로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 현지인의 안내로 정류장 조금 못 미친 곳에 있는 버스회사를 들어서니, 차가 막 출발하려고 문을 나서고 있었다. 가까스로 붙잡아서 버스에 올랐는데, 이만하면 시작은 좋은 셈이다.

마을 외곽으로 뻗어 나가는 도로는, 짧은 구간씩 포장된 곳이 있긴 하지만 조금 지나니까 계속 비포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군데군데 물웅덩이와 움푹 패인 곳이 계속 이어지는 도로를 요리조리 피하면서 가다 보니, 고장난 그대로 길 한가운데에 방치된 차도 간혹 보인다. 그저께 밤에 이런 도로를 헤치고 들어온 것이 신기하게 느껴지고, 새삼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디보은다DIBO Nda 라는 곳에서 잠시 정차했지만 이내 출발했다. 창 밖으로는 도로를 새로 정비하는 중인지, 트럭으로 흙을 실어 패인 곳을 메우는 작업이 한창이다. 9 차가 멈췄는데 차에 이상이 있는 것 같았다. 운전사가 온 몸에 땀을 흘리면서 입으로 휘발유를 빨아내가며 고쳐보려고 용을 쓰고있다. 더운 날씨인데도 승객들은 느긋한데, 운전사와는 잘 아는 사이인 듯 마나와Manawa라고 부르며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마나와는 이 곳 말로 말벌이라는 뜻인데, 아마 친한 사이에 부르는 별명인 듯 했다.

다행히 차가 움직여줘서 여행은 계속되었다. 그 후로 두 번, 차 점검과 경찰 검문 때문에 멈추기도 했지만 별 지체없이 에콘도티티에 도착했다. 혹시나 하고 물어보니 다른 차로 갈아탈 필요는 없다고 한다. 그 만큼 지체시간이 줄어드는 것이니 잘된 일이다 싶었는데, 정류장에 차를 세워 두고 운전사와 승객들은 요기라도 하려는 듯 한 곳으로 몰려간다. 마을을 구경하며 기다리니 20분 정도 지나 다시 출발이다. 시계는 11 가리키고있다.

 

마을을 한바퀴 돌면서 승객들을 더 태웠는데, 손님을 부르는 경적소리가 재미있다. 도로 양쪽으로는 팜나무가 계속 이어지는 풍경이 평화로워 보인다. 마을을 벗어나는가 싶더니 어느 가게 앞에서 차가 멈췄다. 자동차 정비소였는데 아까 임시로 수리했던 부분을 제대로 고치고 출발할 모양이다. 불만스럽기는 하지만, 길 위에서 오도가도 못 하게 되느니 미리 점검하고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차가 움직이지 않으니 새삼 더위를 느끼게 되는데, 뒷자리는 창문도 열리지 않게 고정되어 있어서 더 덥게 느껴진다. 모두들 내려서 잠시 바람을 쐬기로 했다. 운전사가 열심히 정비소 직원과 차를 손 보는 동안, 옆에 붙어서 열심히 구경하는 사람,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면서 바닥에 앉아있는 사람, 하릴없이 마을의 장작 패는 곳에 가서 도끼질을 해 보는 사람 등 모두 제각각이다. 도로 옆으로는 소를 방목해 놓은 모습이 제법 목가적이다.

20분 정도 지나서 다시 출발했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바로 �춰섰다. 고장난 부분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는지 운전사가 엔진을 들어내고 살펴보기 시작했다. 차가 너무 자주 서니까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는지 승객들이 항의하기 시작했다. 운전사가 그에 맞서 언쟁이 시작되었는데 보고 있는 나로서는 답답한 마음 밖에 없다. 승객 중의 한 사람이 점검을 시작하고 운전사가 합세해서 겨우 시동이 걸린다.

얼마쯤 가다가 승객을 몇 명 더 태웠는데, 다른 승객들이 비좁다고 불평을 늘어놓지만 운전사는 무시하고 그냥 달린다. 다시 차가 멈췄지만 이번에는 몇 명이 내려서 밀어 겨우 시동이 걸렸다. 그 후로는 웬일인지 고장으로 멈추는 일은 없어서 승객들도 더 이상 불평하지 않는다. 볼레Bolé에서 쁠랑땡을 사기 위해서 한 번 더 멈춘 후로는, 비포장길을 계속 달려서 마침내 한 시에 쿰바에 도착했다. 승객들에게 요금을 받은 운전사는, 맥주라도 한잔 하려는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거리의 술집으로 달려간다.

 

화장실이 급해서 근처에 있던 남자에게 물어보니까 화장실 바로 앞까지 안내해 준다. 림베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보야로Boyaro 정류장으로 가야 하므로 택시를 잡으려고 서 있으니, 어느새 그 남자가 와서 직접 택시까지 잡아 준다. 이럴 때 그냥 가면 욕 먹기 딱 좋을 것이다. 100세파를 건네주니 좋은 여행이 되기 바란다며 덕담까지 해주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다.

정류장에 들어서니 표를 사기도 전에 젊은 남자가 어디 가느냐고 물어온다. 림베에 간다고 하니 저 쪽에 지금 막 출발하는 버스가 있으니 타라고 해서 가 보니, 빈 차에 운전사만 앉아 있어 영 미덥지 않다. 여자 승객 두 사람이 차에 오르길래 그 사람들에게 물어 보니, 림베로 가는 차가 맞다고 해서 타니까 정말 바로 출발한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버스는, 승객을 콩나물시루처럼 채우기 전에는 절대 출발하는 법이 없었던 터라 신기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런 감격은 그리 오래 가지않았다. 가는 길에 매번 승객들을 태우느라 무척 느리게 운행되는, 말하자면 완행버스였기 때문이다. 오늘 중으로 림베까지 가기만 하면 되니까, 이런 차를 타는 것도 여행의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