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食]/새우의 강

2001년 4월 29일(일) : 코럽공원에서 - 1

그러한 2008. 7. 12. 12:40

 

2001 4 29() : 코럽공원에서

 

- 맑음, 경비 19,100세파

 

새벽에 직원인지 아니면 투숙객인지 소란스럽게 해서 잠시 깬 것 외에는 푹 잘 잤다. 여섯 시에 눈을 떴지만 한참을 더 누워있다 일어났다. 직원이 작은 거울을 갖다 줘서 면도까지 끝내고 나니 한결 기분이 좋아진다. 식사를 끝내고 미리 싸둔 짐을 챙겨서 호텔을 나섰다. 팁으로 200세파를 두는 것도 잊지않았다.

코럽공원 관리사무소 - Korup Tourist & Information Office - 는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었다. 이미 직원이 나와있어서 공원을 둘러보고 싶다고 했더니 상세히 요금내역을 알려준다. 우선 입장료가 3,000세파이고, 가이드를 반드시 대동해야 하는데 하루당 3,500세파이다. 또 공원입구까지 태워주고 나중에 다시 태우러 올 차량요금이 3,500세파이다. 그 외에도 포터요금, 캠핑요금도 따로 있는데 나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들이다. 입장료가 내국인은 1,500세파, 카메룬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은 5,000세파로 정해져 있는 것은 꽤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요금으로 10,000세파를 지불하고 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가이드가 다가와서 호도 씨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몸매에 선량한 인상을 주는 중년의 남자여서 호감이 간다. 큰 배낭은 사무실에 맡겨두고 간단한 차림으로 숲을 향해서 출발했다. 지금이 오전 열시니까 거의 온 종일 숲에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가는 길에 생수도 하나 샀다.

 

공원 입구까지는 8.8Km 정도라고 하는데 양쪽 옆으로는 팜나무 농장이 넓게 조성되어 있다. 전에는 영국회사 소유였지만 지금은 카메룬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30분 정도 달려서 입구에 도착한 후에는 바로 트랙킹을 시작했다. 이 곳에는 많은 종류의 식물, , 동물 등이 있다고 하는데, 당장 눈길을 끄는 것은 군데군데 큰 버섯 모양의 흙으로 지어진 벌집이다. 하나당 최소 7,000 마리 정도가 모여서 살고 있다고 하는데, 이미 알고 있는데로 여왕벌, 일벌 등이 각자 역할을 분담해서 사회생활을 한다고 설명해 준다.

얼마가지 않아서 잠시 쉬어가자고 하는데, 혼자서 으슥한 곳으로 가는 걸 보니 용변이라도 보러 가는 것 같다. 주위를 보니 갖가지 모양의 나무가 많은데, 체인 모양의 길게 뻗어나가는 굵은 덩굴식물이 특히 인상적이다. 호도 씨 말에 의하면, 덩굴식물로 인해서 나무가 고사됨으로써 숲이 점점 파괴되는 과정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웬만큼 큰 나무에는 모두, 덩굴이 몸 전체를 휘감고 있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곳은 주로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라서 상대적으로 동물은 많지 않은데, 그래도 약 300여종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새인데, 부리가 길어서 재미있게 보이는 혼빌Horn bill이 가장 눈에 띈다. 간간히 원숭이 아니면 다른 그 무엇으로 생각되는 동물의 기척을 나무 위에서 들을 수 있었다. 가끔 바닥에 크고 플라스틱 몸체를 가진 탄피처럼 생긴 물건이 보이는데, 혹시 밀렵이 행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조명탄일 가능성도 없지 않은데 확인할 수는 없었다.

업사이드다운Up-side-down 이라는 나무는 이름대로, 마치 나무를 뽑아서 거꾸로 박아 놓은 것처럼 보인다. 굵은 몸체와 촘촘히 아래로 지면까지 휘어져 있는 가지 사이의 넉넉한 공간은, 숲에서 밤을 보내는 경우나 동물의 공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장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 준다고 한다. 흑단(Ebony) 나무도 많이 보이는데 현재는 법으로 벌채를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몸체 아래 부분에만 돌기처럼 나 있는 가시가 있어서 코끼리 등의 동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수종도 특이하게 보인다. 다양한 종의 대나무도 많이 보이는데 가구를 만드는데 주로 사용한다.

 

12시 반에 이리바Iriba 캠프에 도착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밤을 보내도 될 정도로 제법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캠핑을 하려면 미리 허락을 받고 요금도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데, 이불이나 양식 등은 모두 사무소에서 준비된다고 한다. 잠시 앉아 쉬는 틈에 점심을 대신해서 준비해 간 비스켓을 내놓았더니, 맛있다면서 연신 어디서 샀느냐고 묻는 호도 씨의 모습이 때묻지 않아 보인다. 쉬는 사이에도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는 듯이 여러 가지를 알려주었다.

공원 입구에서 건넜던 마나Mana강은 자연스럽게 문뎀바와 공원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데 북부 코럽에서부터 발원한다. 코럽이라는 이름은, 이 곳에 원래 살던 사람들이 코럽족이고 또 큰 강 이름도 코럽이므로 자연스럽게 같은 이름으로 불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걸 알고, 조금은 부끄러운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남서부 지방에 은구티nGouti라는 곳이 있는데 한국인 2세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 우리나라 기업에서 바푸삼과 품반 사이에 도로를 건설한 적이 있는데, 그 때 공사를 위해서 왔던 인원 중의 일부와 현지 여자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공사가 끝난 후에 남자들은 아무런 대책도 세워주지 않은 채 떠나버렸고, 남은 여자들과 아이들은 현지인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며 힘겹게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로공사를 했었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면에 이런 일이 있는 줄은 미처 모르고 있었다. 확인이 필요한 사항인 것 같고,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서 나중에라도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 같다고 했더니 호도 씨도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