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솔솔님 글

[스크랩] 물컹한 희망

그러한 2008. 8. 30. 13:22

 

물컹한 희망

 

두 손으로 감싼 머리를 
서걱거리는 무릎사이에 처박은 
저 남자처럼 
헝클어진 머리칼을 쥐어 뜯는 
저 여자처럼 
셔츠의 단추를 아무리 풀어 내려도 
드러나지 않는 우리들의 
밋밋한 가슴처럼 
깨진 유리조각 촘촘히 박혀 있는 
저 담장 위 고양이들의 
아슬한 길처럼 
그렇게 절망은 우리 곁에 머물지만 
더 이상 내려 처박힐 곳이 없을 때 
쥐어 뜯을 머리칼이 남지 않았을 때 
곪아 터지고 피 흘러 상처가 아물며 희망은 
새 살처럼 돋아난다 
날개도 없는 네가 
깊은 절망을 어린애처럼 등에 업고 
뛰어 내리고 싶을 때 
한 걸음만 뒤로 물러 서면 
허공중에라도 
우리들 발 아래 기꺼이 드러누워 길이 되어 줄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물컹한 희망이 밟힐 것이다 



    출처 : 삶, 명상 그리고 호두마을
    글쓴이 : 솔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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