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추억에서

그러한 2008. 9. 5. 14:02

 

진주장터 생어물전에는

바닷밑이 깔리는 해다진 어스름을,

울엄매의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

빛 발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

은전만큼 손 안 닿는 한이던가

울엄매야 울엄매,

 

별밭은 또 그리 멀어

우리 오누이의 머리맞댄 골안방 되어

손시리게 떨던가 손시리게 떨던가,

 

진주 남강 맑다해도

오명 가명

신새벽이나 밤빛에 보는 것을,

울엄매의 마음은 어떠했을꼬,

달빛 받은 옹기전의 옹기들같이

말없이 글썽이고 반짝이던 것인가.

                                       

 

 

- 박재삼, <추억에서>

 

'[쉼-息] > 빈자의 양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슬  (0) 2008.09.05
울음이 타는 가을 江  (0) 2008.09.05
불을 당겨서  (0) 2008.09.05
안전벨트를 맨 사람  (0) 2008.09.05
나무 아래서 눈을 맞다  (0) 2008.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