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울음이 타는 가을 江

그러한 2008. 9. 5. 14:14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江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가는

소리 죽은 가을강을 처음 보것네.

            

 

 

- 박재삼, <울음이 타는 가을 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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