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슈나무르티(K)/K 글모음

생활과 일에 대한 저항

그러한 2009. 9. 9. 14:53

 

오늘날 우리들 대부분은, 우리가 일이라거나 직업이라거나 일상이라고 부르는 것들 때문에 둔감해져 있습니다.

일에 빠져 있는 사람이나, 어떤 필요에 의해서 일을 하도록 강요당하는 사람들이나,

또는 그런 일들이 자신을 둔감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건 간에,

모두 다 둔감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일에 빠져 있는 사람이나, 그 일에 저항하고 있는 사람이건 간에, 둘 다 무디기는 마찬가지란 말이지요.

 

우선 자신의 일에 빠져 있는 사람이 하는 행동은 어떻습니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것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계속 그 일에 얽매여 있습니다.

자기가 하는 일에 스스로 너무 동일시하고 있기 때문에, 그 상태 자체를 제대로 바라볼 수도 없어요.

자기 자신이 바로 일 그 자체로 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무엇이 어떻게 됩니까?

하나의 우리 안에 가두어 지는 것이며, 자신의 일과 함께 고립되어 사는 것입니다.

그러한 고립 속에서 아주 영리할지도 모르며, 창의력이 풍부할 지도 모르고, 엄청나게 명민할지도 모르지만,

결국은 고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지요.

또한 그는 그 일 아닌 다른 일에 대해서는, 그리고 다른 모든 접근 방식에는,

전부 다 저항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또 더 둔감해집니다.

그러니 그에게 있어서 일이라는 것은, 삶으로부터 도피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는 것입니다.

아내로부터라거나, 사회적 의무로부터라거나, 수많은 욕구들로부터라거나, 또는 기타등등으로부터 말이지요.

 

그리고 또 하나의 범주에 드는 사람들이 있지요, 여러분 대부분이 이 범주겠지만요.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꾸역꾸역 해내고 있으며, 해서 그 일에 저항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공장 노동자라거나, 은행 사무원이라거나, 변호사라거나 또는 그 외 여러 가지 직업들이 있지요.

 

자, 그러면 우리를 둔감하게 하는 것이 과연 무엇입니까?

그게 일 그 자체일까요? 아니면 일에 대한 저항 때문이거나, 혹은 그것이 주는 충격을 피하기 때문일까요?

 

다시 말하자면, 자신의 일에만 빠져 있는 사람은 그 속에 갇혀 있는 것이어서,

그 그물에 사로잡히는 것이어서 말이지요, 거기에 중독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일에만 빠진다는 것은 세상으로부터의 도피로 되는 것이지요.

또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저항하고 있는 사람은, 뭔가 좀 다른 일을 했으면 하고 바라면서 말이지요,

그런 사람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저항으로 인해서, 끊임없는 갈등에 휩싸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문제가 어떻게 되는가 하면, 일 자체가 마음을 둔감하게 하는가, 아니면 한편으로는 일에 대하여 저항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 일을 방패로 삶에서 오는 충격들을 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마음이 둔감해지는가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행동이, 일이 마음을 둔감하게 하는가, 아니면 회피나 갈등이나 저항에 의해서 마음이 둔감해지는가 하는 것입니다.

분명히 일 자체가 아니에요, 저항하기 때문에 마음이 둔감해지는 것입니다.

 

자, 아무런 저항이 없이 일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어떻게 됩니까?

일 자체는 마음을 둔감하게 하지 않습니다. 단지 마음의 한 부분만이, 해야 하는 일에 쏠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존재의 나머지 부분은, 무의식적인 부분, 잠재되어 있는 부분은, 자신이 정말로 관심을 두고 있는 일에 가 있는 것이지요.

그런 때에는 아무런 갈등이 없어요.

이 말이 상당히 복잡하게 들릴지 모르겠습니다만, 아주 조심스럽게 살펴보면, 마음이라는 것은 일 때문에 둔감하게 되는 게 아니라,

그 일에 대한 저항 때문에, 또는 생활에 대한 저항 때문에 둔감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여러분이 하루에 다섯 시간이나 여섯 시간 동안 어떤 일을 해야 한다고 해봅시다.

그때 말하기를,'이거 얼마나 지겨운 일이냐, 뭔가 좀 다른 일을 했으면 좋겠어'라고 한다면, 그때는 마음이 일에 저항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음의 다른 부분은 뭔가 다른 일을 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지요.

저항 때문에 일어나는 이러한 분별이 마음을 둔감하게 하는 것이란 말입니다.

뭔가 다른 일을 하고자 하는 생각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상태지요.

그러나 아무런 저항이 없이, 해야 할 일을 그대로 하고 있다면,

'나는 생활비를 벌어야 하고, 그것도 올바른 일을 하면서 벌거야' 하는 식으로 말하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자신들이 생계비를 벌기 위해서 해야만 하는 일에 매달려 있으면서도, 그것에 저항을 한다면 마음은 둔감해진다고 했습니다만,

그렇게 저항한다는 것은, 브레이크가 걸린 채로 돌아가고 있는 엔진과 같은 꼴입니다.

그것은 브레이크만 닳아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엔진도 망가뜨리는 것이지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저항을 한다는 것은, 꼭 그와도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해야할 일을 제대로 받아들인다면, 그리고 그것을 지성적으로 또는 가능한 기꺼이 해낸다면,

그 때는 그게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더 이상 저항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 있는 그 일과는 별도로, 의식의 다른 층위가 활동하게 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는 의식적인 마음이 쏠리겠지만,

무의식은, 잠재되어 있는 의식은 훨씬 더 생생하고도 깊이 있게 그 다른 일에 쏟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비록 자신의 일에 직면해 있을 지라도, 그 다른 일은 무의식이 맡아서 해내는 것이지요.

 

자, 그러면 실제로 여러분들의 일상생활을 보면 어떻습니까?

예를 들어, 여러분이 신을 발견하고, 평화롭게 사는 데에 관심이 있다고 해 봅시다.

그것이 여러분의 의식적이고도 무의식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라고 말이지요.

행복을 발견하고, 실재를 발견하며, 올바르고 아름답게 또한 분명하게 사는 것 말입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생계는 꾸려가야 합니다. 고립되어 살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관계를 맺어가며 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봅시다. 평화롭게 살아가는 데에 관심이 있는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그 평화에 방해가 되어요.

그래서 그 일에 저항을 하는 것입니다.

'생각이나 명상이나 바이올린 연습을 더 많이 할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하고  말한다거나, 또는 그 어떤 것이든 간에 말이지요.

여러분들이 그렇게 하고 있을 때, 그것은 자신이 해야만 할 일에 저항을 하고 있는 것인데,

바로 그 저항으로 해서 에너지가 낭비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둔감해지는 것이지요.

 

그러나 여러분들이, 우리 모두는 뭔가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면,

편지를 쓴다거나, 얘기를 나눈다거나, 소똥을 치워야 한다거나 또는 그게 무엇이든지 간에 말이지요,

그래서 전혀 저항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나는 그 일을 해야만 해'라고 말한다면,

그 일을 기꺼이 하게 되는 것이어서 전혀 싫증을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아무런 저항 없이 일을 한다면, 그 일이 끝났을 때 마음은 아주 평화롭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무의식이, 마음의 깊은 층위가 평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에, 점점더 평화롭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거기에, 별로 재미도 없는 일상적인 행동과 실재를 추구하는 마음 사이에 아무런 분열이 없는 것입니다.

더 이상 저항하지 않을 때, 저항을 통해서 더 이상 마음을 둔감하게 하지 않을 때, 그 둘은 병행이 된다는 말입니다.

저항하기 때문에 행동과 평화 사이에 분열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저항은 관념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며, 그것은 올바른 행동을 낳게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일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오로지 올바른 행동만이 인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저항 때문에, 비난이나 허물이나 도피 때문에, 마음이 둔감해진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런 저항이 없고 허물이나 비난이 없을 때에는, 마음이 둔감해지지 않아요. 그러면 그런 마음은 생생하게 살아 있겠지요.

저항을 한다는 것은 고립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의식적이든지 무의식적이든지 간에, 제 스스로 고립시키는 마음을 가지는 사람은, 그 저항 때문에 마음이 둔감해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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