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밑줄 긋기

게으름과 고양이에 대한 찬사

그러한 2011. 9. 24. 15:17

 

 

우리는 한 시간에도 수백 가지의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왕성한 활동은 삶의 규범이자 모델이 되었다.

생활리듬이 느린 사람, 휴식을 취하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은 부끄러워해야 마땅한 것이다.

인생은 짧고, 우리의 날들은 계수된다.

따라서 운명의 시간이 닥쳐오기 전에 최대한 많은 것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어떤 일이 닥치기 전에? 수의를 입고 빈손으로 자연에 돌아가는 날까지?

 

고양이는 왜 한가롭게 잠이나 자고 가르랑거리며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것일까?

그 까닭은, 고양이는 죽음에 대한 의식이 없어 자신이 죽는다는 생각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양이 앞에는 '영원'이 펼쳐져 있다.

그러니 나태함이란 시간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휴식과 평화의 시간일 뿐이다.

고양이는 배가 고플 때와 신나게 놀 때만 분주해진다.

고양이는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며 관심도 없다.

우리가 과연 이런 초연함을 가질 수 있을까?

한 번 해볼 만한 도전이지 않은가?

 

 

- 필립 라일, <단순한 삶>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