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밑줄 긋기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중에서

그러한 2012. 1. 14. 13:41

 

 

난 음식을 먹는 동안엔 먹는 일 말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소.

걸어야 할 땐 걷는 것, 그게 다지.

만일 내가 싸워야 하는 날이 온다면, 그게 언제가 됐든 남들처럼 싸우다 미련 없이 죽을 거요.

난 지금 과거를 사는 것도 미래를 사는 것도 아니니까.

내겐 오직 현재만이 있고, 현재만이 내 유일한 관심거리요.

만약 당신이 영원히 현재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당신은 진정 행복한 사람일 게요.

그럼 당신은 사막에도 생명이 존재하며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있다는 사실을,

전사들이 전투를 벌이는 것은 그 전투 속에 바로 인간의 생명과 연관된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요.

생명은 성대한 잔치며 크나큰 축제요.

생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오직 이 순간에만 영원하기 때문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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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마리아께서 아기 예수를 품에 안고 수도원을 찾으셨다.

사제들이 길게 줄을 서서 성모께 경배를 드렸다.

어떤 이는 아름다운 시를 낭송했고, 어떤 이는 성서를 그림으로 옮겨 보여드렸다.

성인들의 이름을 외우는 사제도 있었다.

 

줄 맨 끝에 있던 사제는 볼품없는 사람이었다. 제대로 된 교육도 받은 적이 없었다.

곡마단에서 일하던 아버지로부터 공을 가지고 노는 기술을 배운 게 고작이엇다.

다른 사제들은 수도원의 인상을 흐려놓을까봐 그가 경배드리는 것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그는 진심으로 아기 예수와 성모께 자신의 마음을 바치고 싶어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오렌지 몇 개를 꺼내더니 공중에 던지며 놀기 시작했다.

그것만이 그가 보여드릴 수 있는 유일한 놀이였다.

 

아기 예수가 처음으로 환하게 웃으며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성모께서는 그 사제에게만 아기 예수를 안아볼 수 있도록 허락하셨다. 

 

 

 

-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