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사 랑 - 전봉건

그러한 2012. 5. 10. 18:55

 

 

사랑

 

- 전봉건

 

 

사랑한다는 것은


열매가 맺지 않는 과목(果木)은 뿌리채 뽑고

그 뿌리를 썩인 흙 속의 해충은 모조리 잡고

그리고 새 묘목을 심기 위해서

깊이 파헤쳐 내 두 손의 땀을 섞은 흙

그 흙을 깨끗하게 실하게 하는 일이다.


그리고

아무리 모진 비바람이 삼킨 어둠이어도

바위 속보다고 어두운 밤이어도

그 어둠 그 밤을 새워서 지키는 일이다.

훤한 새벽 햇살이 퍼질 때까지

그 햇살을 뚫고 마침내 새 과목이

샘물 같은 그런 빛 뿌리면서 솟을 때까지

지키는 일이다. 지켜보는 일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쉼-息] > 빈자의 양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0) 2012.05.20
13년만의 고백 - 안치환  (0) 2012.05.17
뿌리에게   (0) 2012.05.10
어머니께 드리는 노래   (0) 2012.05.08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때   (0) 2012.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