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밑줄 긋기

사물에 깃들인 그 자체의 아름다움

그러한 2012. 6. 21. 10:27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그것은 자연에 순응하여 만들어진 사물에 수반되는 현상에도 아취(雅趣)와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빵은 구울 때 군데군데 갈라진다.
이렇게 갈라진 부분은 빵을 굽는 사람의 의도와는 어긋나는 것이지만, 일종의 아취가 있어 자못 식욕을 돋워 준다.
그리고 무화과나무 열매도 완전히 여물면 입을 벌린다.
금세 열매가 떨어지려고 하는 감람나무는 열매가 한창 무르익었기 때문에 오히려 각별한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다.
고개 숙인 곡식 이삭이나 사자의 눈썹, 멧돼지 입에서 흘러내리는 거품이나

그 밖의 많은 것들이 하나하나 따로 떼어서 보면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자연에 의해 생긴 결과이기 때문에 사물은 미화되고 우리의 마음을 끄는 것이다.

 

우주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하여 감수성과 깊은 통찰력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은 것은 거의 없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그는 사나운 짐승이 입을 딱 벌린 것을 보아도

화가나 조각가가 이것을 소재로 하여 표현한 작품을 바라보는 것 못지않은 쾌감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는 사려 깊은 눈으로 늙은 남자나 여자에게서도 힘찬 성숙미를 발견할 것이며,

어린이들에게서는 사랑스러운 매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예는 많지만 그것이 만인의 마음을 끄는 성질의 것은 아니고

참으로 자연과 그 조화에 친밀감을 갖는 자에게만 자신을 드러낼 것이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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