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노천 시장

그러한 2013. 8. 10. 13:55

 

 

노천 시장

 

- 이면우

 


나무 되고 싶은 날은
저녁 숲처럼 술렁이는 노천시장 간다
거기 나무 되어 서성대는 이들 많다
팔 길게 가지 뻗어 좌판 할머니 귤탑 쓰러뜨리고
젊은 아저씨 얼음 풀린 동태도 꿰어 올리는
노천시장에선 구겨진 천원권도 한몫이다 그리고
사람이 내민 손 다른 사람이 잡아주는 곳
깎아라, 말아라, 에이 덤이다
생을 서로 팽팽히 당겨주는 일은, 저녁 숲
바람에 언뜻 포개지는 나무 그림자 닮았다
새들이 입에서 튀어나와 지저귀고 포르르릉 날다가
장바구니에, 검정 비닐봉지에 깃들면
가지 끝에 매달고 총총 돌아오는 길
사람의 그림자, 나무처럼 길다.

 

'[쉼-息] > 빈자의 양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빗방울  (0) 2013.08.11
우리  (0) 2013.08.11
  (0) 2013.08.08
버려진 손   (0) 2013.08.06
나 무 - 시인과 촌장  (0) 2013.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