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허, 나무가 꽃이 되었다
- 김희식
어허, 나무가 꽃이 되었다
참 가슴 저리다
꽃이야 피었다 사라지면 그만이지만
나무는 제 온몸 다 바쳐 꽃이 되는 것을
침묵으로 기다려 올곧은 가슴으로
저리도 고운 꽃이 되는 것을
내 삶의 고갯길 오르자 알게 되었다
뜨겁게 한평생 새처럼 살지 않은 것들이야
흔들리며 훠어이 기다려보지 않은 것들이야
화들짝 피었다 사라지는 가벼운 바람인 것을
산마다 노을 지는 하늘의 구름되어 뜨겁게
불꽃으로 숨죽여 피어나는 나무
잎 지고 눈 내려 가지마다 새하얗게
눈부신 꽃 피어나는 것을
저렇게 강이 흐르는 것을
제 온몸으로 피는 나무는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