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가난을 모시고

그러한 2014. 1. 14. 14:24

 

가난을 모시고

 

- 장석남

 

 

오늘 나는 가난해야겠다

그러나 가난이 어디 있기는 한가

그저 황혼의 전봇대 그림자가 길고 길 뿐

사납던 이웃집 개도 오늘 하루는 얌전했을 뿐

 

우연히 생겨난 담 밑 아주까리가

성년이 되니 열매를 맺었다

실하다고 말하진 못하겠다

어디 또 그런 데 가서 그 아들 손주가 되겠다

거짓마저도 용서할

맑고 호젓한 가계(家系)

 

오늘도 드물고 드문 가난을 모신,

때 까만 메밀껍질 베개의

서걱임

수(壽)와 복(福)의

서걱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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