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기러기

그러한 2016. 1. 6. 12:43

 

기러기

 

- 웬델 베리

 

 

일요일 아침 말 위에 앉아 들판을 바라본다.

추수는 끝났다.

우리는 감과 야생포도를 맛본다, 진하고 달콤한 여름의 끝맛이다.

 

가을 들판 위로 펼쳐진 시간의 미로 속에서

서쪽으로 간 친구들과

무덤에서 쉬고 있는 친구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그리곤 늦가을 감을 쪼개 약속의 나무로 자랄 씨앗을 열어본다.

씨앗의 중심은 아직 여린 빛깔이다.

 

기러기들이 우리 위 하늘 높이 나타나 우리를 지나,

하늘 끝으로 사라진다.

떨군다는 것은, 사랑할 때나 잠잘 때처럼,

그들이 갈 길을 가도록 둔다는 것이리라.

 

옛 믿음이 선명하듯 선명한 것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곳이라는 것.

우리가 기도하는 것이 새 땅이나 새 하늘이 아니라

가슴에는 고요함, 눈에는 맑음인 것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곳이다.

 

 

Horseback on Sunday morning,
harvest over, we taste persimmon
and wild grape, sharp sweet
of summer's end. In time's maze
over fall fields, we name names
that went west from here, names
that rest on graves. We open
a persimmon seed to find the tree
that stands in promise,
pale, in the seed's marrow.
Geese appear high over us,
pass, and the sky closes. Abandon,
as in love or sleep, holds
them to their way, clear,
in the ancient faith: what we need
is here. And we pray, not
for new earth or heaven, but to be
quiet in heart, and in eye
clear. What we need is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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