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장날

그러한 2015. 7. 14. 15:18

 

 

장 날

 

- 최영철


 

영감은 목욕하고 할망은 의원 가고

읍내 장터에서 나중에 만납니다

영감은 선지국 먹고 할망은 곰장어 먹으며

괜찮으냐고 묻습니다

둘 다 맛있다고 합니다

두어 번의 숟가락 젓가락질

며칠 앓기만 한 할망의 기력이 환해집니다

영감 기력도 덩달아 환해집니다

그건 아마 곰장어가 아니라

꼼장어여서 그럴 거라고 말합니다

뻗대는 꼼장어를 가지런히 눕히며

일인분은 절대 팔지 않는다고

주인 할망이 또 한 번 말합니다

할망의 권유에도

영감은 자꾸 양파만 골라 먹습니다

꼼장어가 뛰놀다 간 양파가

참 맛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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