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날
- 최영철
영감은 목욕하고 할망은 의원 가고
읍내 장터에서 나중에 만납니다
영감은 선지국 먹고 할망은 곰장어 먹으며
괜찮으냐고 묻습니다
둘 다 맛있다고 합니다
두어 번의 숟가락 젓가락질
며칠 앓기만 한 할망의 기력이 환해집니다
영감 기력도 덩달아 환해집니다
그건 아마 곰장어가 아니라
꼼장어여서 그럴 거라고 말합니다
뻗대는 꼼장어를 가지런히 눕히며
일인분은 절대 팔지 않는다고
주인 할망이 또 한 번 말합니다
할망의 권유에도
영감은 자꾸 양파만 골라 먹습니다
꼼장어가 뛰놀다 간 양파가
참 맛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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