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림자
- 안봉자
내가 태양을 안고 앞을 보며 걸어갈 때도
혹은 지는 해를 업고 고개 숙이고 돌아올 때도
그대는 충실한 경호원처럼 나를 따른다
일초의 멈춤도 늦춤도 없이 바짝 따른다
내가 한낮의 햇볕 아래서 삶에 힘겨울 때면
그대는 발밑 깊이 뿌리처럼 숨어 내려
나를 땅 위에 곧게 버티게 해주고
모음도 자음도 없는 꿈속 목소리처럼
그대 투명한 실루엣의 언어로
내가 이세상에 살아 있음을 상기시켜주나니
나와 발바닥을 맞붙이고
한세상 구석구석 나와 함께 기웃거리는
삶의 동반자여, 나의 친구여
어느 날 내 생의 마지막 날에 다다르는
그날이 마침내 오리니
내가 사라지는 날은 바로 그대 사라지는 날
그대 사라지는 날은 바로 내가 사라지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