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은 말을 반복하는 것도, 환상을 목격하는 것도,
혹은 침묵을 지키는 것도 아니다.
염주나 경문은 정신의 혼란을 진정시킬 수는 있을 망정
그것은 결국 일종의 자기 최면에 지나지 않는 것이며,
최면제를 먹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명상은 사고의 패턴에 자아를 포함시키는 일도 아니며,
쾌락의 황홀함에 몰입해 버리는 일도 아니다.
명상은 시작도 없고 또한 종말도 있을 수 없다.
"오늘부터 사고를 억제하여 조용히 명상하는 자세를 취하고서
호흡을 가다듬기로 하자."라고 당신이 말할 때
당신은 자기 자신을 기만하는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명상은 어떤 거대한 상념이나 상상에 몰입하는 일이 아니다.
그렇게 한다는 것은 잠시 동안 침묵하는 것과 같다.
어린이가 장난감에 열중하듯이 잠시 침잠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는 그 장난감에 싫증이 나면
전과 마찬가지로 떠들어 대고 또한 장난을 시작한다.
명상은 뭔가 보이지 않는 길을 더듬어 나가면서
공상적인 지순한 행복을 실현하는 일도 아니다.
명상에 몰입했을 때 정신은 언제나 한결같으며
삶의 움직임을 그 모든 관계 속에서 말에 의하지 않고,
또한 비평이나 의견을 섞지 않고서 오로지 보고 듣는다.
그리고, 밤에 육체가 휴식을 취할 때 명상하는 정신은
하루 종일 진정으로 깨어나 있었으므로 꿈을 꾸지 않는다.
꿈을 꾸는 것은 다만 나태한 자뿐이며 반각반성(半覺半醒)인 자만이
자기 자신의 본디 모습을 알기 위해 꿈의 고지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정신이 끊임없이 자신의 안과 밖에서 삶의 운동을 응시하고
듣고 있을 때에는 사고에 따르지 않는 침묵이 태어난다.
이 침묵은 관찰자의 체험에 의해 포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와 같이 체험하고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미 침묵이라고 말할 수 없다.
명상이 한창일 때의 정신의 침묵은 경계를 갖지 않으며,
따라서 그것은 인식의 영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침묵뿐이며, 그 속에서 분리의 공간은 종말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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