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食]/새우의 강

카메룬산 여행 - 2001년 2월 9일(금) : 붸아로

그러한 2008. 7. 10. 13:55

 

카메룬산 여행

 

공휴일인 청년의날이 주말과 이어져서 연휴가 되었으므로 카메룬산을 여행하기로 했다. 산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카메룬에서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이었지만, 그 동안은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미루고 있었던 곳이다.

마침 계절적으로 건기라서 그 만큼 위험이 적기도 해서 현지지원요원에게 허락을 얻었다. 지난번 서부지방 여행을 다녀온 이후로 통 여행을 하지 못한 터라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나서게 되었다. 카메룬산에 오르고, 붸아도 둘러보았다.

 

 

2001 2 9() : 붸아로

 

- 맑음, 두알라(3:20, 버스), 붸아(1:20, 완행버스), 경비 10,075세파

 

미리 양해를 구해서 오전 근무를 마치고, 택시를 이용해서 두알라행 버스를 타러 갔다. 붸아에 있는 카메룬산(Mont Cameroun)으로 바로 가는 교통 편은 없고 두알라를 거쳐야 한다. 버스가 빠르기도 하거니와 지난번에는 기차로 가봤으니까 이번에는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가는 것이 여행의 재미도 더할 것 같다. 두알라를 오가는 여러 버스회사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크고 안전한 곳은 Central Voyage이다. 시내에서 한참 벗어난 곳에 있어서 중앙우체국 근처에서 택시를 한 번 갈아타야 했다.

한 시쯤에 정류장에 도착하니 주말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미 대합실을 차지하고 있다. 요금은 조금 비싸다고 느껴졌는데, 회사나 운행구간에 따라 요금이 조금씩 다른 듯 하다. 표를 사서 차에 올라 잠시 기다리니까 운행시각에 맞춰서 이내 출발한다. 보통은 승객이 다 채워지기 전에는 절대 출발하지 않는 다른 버스와 비교되어 신선하게도 느껴졌다. 여러 군데 비어있는 좌석을 보니 이렇게 해서 수지타산이 맞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하는데, 어쩌면 그런 이유로 요금이 조금 비싼 건지도 모르겠다.

한 시간 반정도 걸려서 에데아에 도착했다. 도시 자체는 그리 큰 규모가 아니지만, 해변 휴양지인 크리비로 접어드는 길목이기도 해서 교통의 요지로서 제법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나가강의 수력발전소도 먼 발치로나마 확인할 수 있다.

이내 출발해서 한 시간 반을 더 달리니까, 현대적인 건물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는 두알라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차장이 두알라의 택시요금과 잡는 방법 등을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덕분에 별로 주눅들지 않고도 택시를 잡아서 롱쁘웽으로 이동했다. 이 곳에서 다시 시외버스정류장으로 택시를 타고 가야 붸아행 버스를 탈 수 있다. 도착해서 버스에 오르니 오래지않아 바로 출발이다. 차편으로만 본다면 오늘은 운이 무척 좋은 날이다. 만약 야운데에서 차가 늦게 출발했다면 두알라에서 밤을 보내야 할 뻔했는데, 이대로라면 붸아에서 제 때에 맛있는 저녁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버스는 승객들을 승하차시키기위해 너무 자주 정차하는 것이, 거의 택시 수준이다. 중간쯤에 위치한 은지코Nziko에 차가 섰을 때는 출출하기도 해서 닭고기 소야를 하나 사먹었다. 이윽고 붸아에 도착했는데, 숙소로 생각해둔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시내에 있는 경찰서 근처까지 택시를 타야 했다. 택시에서 내려 숙소가 있는 방향으로 가는 길이 무척 멀게 느껴진다. 이미 날은 어두워졌는데 가로등도 없는 길을 달빛만을 의지해서 걸어야 하니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카톨릭교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숙소 - Mission Guest House – , 옆에 딸린 부속학교 직원의 친절한 안내를 받아서 어렵지않게 찾을 수 있었다. 비스듬한 비탈 위에 몇 개의 비슷한 건물이 같은 방향으로 줄지어 있었는데, 직원인 듯한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방에는 침대, 탁자, 의자가 각각 하나씩 놓여있는 것이 전부인데, 구도자들의 공간에 어울리게 간소하면서 경건해 보여서 마음에 든다.

숙박료를 지불하고 대강 짐을 정리했다. 벌써 여덟시 가까운 시각이라 배가 무척 고프다. 숙소에는 식당이 따로 있지 않고 먹을 것도 없다고 해서, 조금 떨어진 마을까지 걸어갔다. 달빛이 비추는 호젓한 길을 걷고 있으려니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진다. 전력사정이 여의치 않아서이겠지만, 중심가인 듯한 시장 근처에 가도 전기불은 보이지 않고 석유등을 밝힌 노점상들이 길가에 죽 늘어서있다.

어렵게 한 식당을 찾아 들어갔는데, 먹을만한 것은 닭고기 조린 것과 빵 밖에 없다고 한다. 당초에 기대했던 근사한 식사는 이미 꿈으로 사라졌지만,그거라도 어디냐 싶어 일단 주문했다. 옆 테이블을 보니, 대학생인 듯한 젊은이들이 종이에 적은 무엇인가를 돌아가면서 발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행 안내 책자에, 어느 식당에 가면 시 낭송을 하는 젊은이들을 볼 수 있다고 적혀있었는데, 이 곳이 그 곳인지도 모르겠다. 시를 읽는 젊은이들이 모인 곳에서 식사를 한다고 생각하니 새삼 식욕이 돋는 것 같다.

하지만 식사는 시처럼 감미롭지는 못했다. 닭고기는 질기고 매워서 먹기가 힘들었는데, 먹고 나니 처음에 말했던 것보다 높은 가격으로 돈을 내라는 것이었다. 당연히 항의하니까 처음에 잘못 들었을 거라면서 막무가내다. 더 이상 시간을 끄는 것도 부질없어 보여서 그냥 부르는 가격으로 지불했다. 야운데나 두알라에 있는 친구들에게 붸아에 오더라도 이 식당에는 절대 가지 말라고 말할 거라고 소리치며 나왔지만 마음은 언짢았다. 아마 이 곳도 관광지에 들기 때문에 관광객에 대한 바가지 상혼이 있는가 보다.

다시 거리로 나와서 숙소로 오려니, 많은 어린 학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길을 걸어가고 있다. 내일이 청년의날이어서 늦게까지 행사를 하고 이제야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가로등도 없고 포장되지 않은 곳이 더 많은 길이지만, 아이들의 활기찬 걸음과 함께 하니까 한참 걸어가야 하는 길인데도 금새 숙소에 돌아올 수 있었다. 씻고 잠시 쉬다가 열한 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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