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2월 12일(월) : 야운데로
- 맑음, 두알라(50분, 버스), 야운데(
새벽 세시에 잠에서 깼다. 몸은 피곤한데 그 후로는 통 잠이 오지 않아서 그냥 누워 있다가, 날이 밝자마자 씻고 짐을 챙겼다. 오늘이 연휴 마지막 날이니 왔던 길을 되밟아서 야운데로 돌아가야 한다. 공휴일인 청년의날이 주말과 겹쳤으니 월요일인 오늘이 임시공휴일이 된다는 것은 한국에서라면 생각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덕분에 긴 휴가를 보낼 수 있으니 꽤 쓸만한 논리이다. 이번 산행은 아쉬움이 없지도 않지만, 늘 생각으로만 그리워하던 곳을 온 몸이 떨리도록(!) 여행했으니 후회는 없다.
호텔 근처의 간이식당에서 오믈렛, 커피, 빵을 시켜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마치고 주변을 산책했다. 시골이라서인지 공휴일과 관계없이 연장을 들고 일하러 가는 여인들과 아이들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 카메룬산은 구름에 가려서 꼭대기는 잘 보이지 않고 올라가는 좌우 능선만 길게 뻗어있다. 어제 오후에 실컷 봐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체로 평화로워 보이는 전형적인 시골 소읍의 모습이다.
호텔로 돌아와서 빠진 짐이 없나 다시 한번 확인하고 밖으로 나왔다. 마침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서 버스 타는 곳으로 가자고 했더니, 여러 곳을 돌다가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왔다. 합승할 손님을 찾으려는 것이었는데, 덕분에 걸어서 가보지 못했던 곳까지 드라이브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면 그리 억울할 것도 없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해서 두알라로 가는 버스표를 샀다.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은 만큼 요금도 1,000세파로 저렴한 편이다. 이 정류장은 마일-17 이라고 불리는데, 아마 해발고도나 어느 곳을 기점으로 한 거리를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승객이 다 차기 전에 출발하지 않는 것은 이 곳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열시 반에 출발해서 정확히 한 시간 만에 두알라 정류장에 도착했다. 도로가 잘 포장되어 있고 길 양쪽으로 조성되어 있는 야자나무, 고무나무 농장을 구경하면서 오다보니 금방이다.
택시를 잡아서 롱쁘웽까지 왔다가, 다시 다른 택시로 갈아 타고 부리극장으로 방향을 잡았다. 정확한 위치는 잘 모르지만 그 근처에 한국식료품가게가 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는데, 일부러 오기는 어려우니까 기왕 지나가는 길에 필요한 물건을 사려는 것이다. 택시요금으로 200세파를 주었더니 거스름돈이 없다면서 5세파로 9개를 거슬러준다. 요금이 150세파니까 5세파를 더 지불한 셈이다. 큰 돈도 아니지만, 택시운전사에게는 어쩌면 바나나 하나라도 사먹을 수도 있는 금액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현지인들이 한국식료품가게를 모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리라. 아무리 물어봐도 아는 사람이 없고, 대신 근처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사진관이 있다면서 알려주었다. 마침 점심식사를 하려고 집으로 가는 길이라면서 교민이 차로 태워준 곳은, 야운데로 가는 버스 - Central Voyage - 를 타는 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아카시아Acacia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규모의 가게인데, 애석하게도 휴일이라서 문을 열지 않았다. 라면, 고추장, 된장을 사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혹시 다음에 올 일이 있다면 그때는 헤매지 않고 제대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고맙게도 교민이 정류장까지 승용차로 태워줘서 한결 편하게 왔다. 서로 이전에 알던 사이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이 곳에서는 같은 민족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의지가 된다.
먼저 버스표를 사고, 시간이 어중간해서 점심식사는 콜라와 비스켓으로 대신한다. 버스에 오르니까 예정시간에 바로 출발이다. 에데아를 지나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잠시 정차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지체없이 무사히 야운데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정류장 앞에서는 택시잡기도 쉽지가 않다. 조금 걸어서 사거리까지 나와서야 간신히 차를 잡아 집에 도착했다.
며칠 사이인데도 집이 낯설게 느껴진다. 일단 샤워부터 하고 짐을 대강 정리했다. 저녁에는 K박사님 댁에서 식사약속이 되어있어서 다른 단원들과 같이 모였다. 거의 매일 보는 사이인데도, 마치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처럼 느껴져서 더 친밀감이 든다. 집 근처에 있는 작은 바인 아프리칸로직으로 다 같이 가서 맥주도 한 잔 했다. 여행턱으로 내가 산 것인지 아닌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집으로 와서 커피부터 한 잔 마시고 밀린 빨래를 끝냈다. 씻고 이것저것 정리하고 나니 시계는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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