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食]/새우의 강

북부지방 여행 - 2001년 6월 18일(월) : 와자로

그러한 2008. 7. 12. 12:55

 

북부지방 여행

 

카메룬에 와서 두 번째이자 마지막 휴가를 얻어서 북부지방 여행에 나섰다. 이제 활동기간이 한 달 정도 남았으니 사실상 이 곳에서의 생활도 거의 끝난 셈인데, 그 동안 가보지 못한 이 지역을 둘러봄으로써 2년간의 현지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카메룬 북쪽의 3개 주를 묶어서 보통 북부지방이라고 부르는데 다른 지역에 비해서 기후나 관습이 많이 다르다. 지형적으로는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어서 전체 국토 길이의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땅이 사바나 초원이어서 주로 소나 양을 많이 키우고 있다. 일찍 이슬람교가 전파된 경로 구실을 해왔고 대부분의 주민이 무슬림인 점도, 이 지역이 다른 지역과는 많이 다른 생활상을 보이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야운데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어서인지, 떠난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면서 말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한 나라를 제대로 아니 조금이라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직접 발로 다니면서 부딪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 곳을 빼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와자, 모라, 륌시키, 목꼴로, 마루아, 가루아, 은가운데레, 음발마요 등을 둘러보았다.

 

 

2001 6 18() : 와자로

 

- 마루아(1:20, 비행기), 와자(2:15, 버스), 경비 13,100세파

 

비행기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미리 챙겨둔 배낭을 매고 6 집을 나서니, 날은 밝았고 이미 하루를 시작한 사람들이 거리를 오가고 있다. 공항까지는 택시로 30분 거리이고, 요금은 3,000세파인데 보통 외국인에게는 그 이상을 요구하는 편이다.

은시말렌 공항은 하나의 터미널에서 국내선과 국제선이 같이 운항되고 있었다. 마루아Maroua로 가는 비행기의 탑승수속을 끝내고 공항이용료로 500세파도 지불했다. 탑승을 기다리면서 항공권을 다시 보니 요금이 84,600세파이다. 일반노동자 월급의 2배에 가까운 금액이니 만큼 알차게 여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공항은 그리 크지 않지만 비교적 최근에 지어져서 현대적인 느낌이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가 신기한지 아이들이 계속해서 오르내리며 놀고 있는 모습이 천진난만하다.

기내에 탑승해서 잠시 기다리니까 정시에 출발한다. 너무 당연한 것임에도, 이 곳에 있는 동안 시간에 대한 관념이 많이 느슨해져서인지 새삼스럽다. 공중에서 창을 통해 보니 흐린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이미 높이 올라서인지 보이는 것은 구름뿐이다. 좌석이 지정되어 있지 않아서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을 수 있는데, 자리가 많이 비어 있어 창가 자리에 앉으려고 굳이 뛸 필요도 없었다.

9에 아침 식사로 크롸쌍, , 파인애플, 오렌지주스가 나왔다. 기내식이라서인지 그리 맛있지는 않지만 비싼거다 싶어서 다 먹어둔다. 한국에서 승무원에 대한 고정된 인상인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것에 비해, 생각보다 나이 든 사람들이 많다. 능숙하게 승객들을 대하는 모습이 보기에도 편하다.

거의 도착할 때가 되었는지 고도를 계속 낮추고 있는데, 창 밖으로는 드문드문 나무가 서있는 사바나 초원이 넓게 펼쳐져 있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뜨겁고 답답한 공기가 먼저 달려든다. 공항 건물은 작고 낡았으며 활주로도 별로 넓지 않은데 하루 운행 횟수도 많지 않은 것 같다.

 

밖으로 나와서 몇 대 서있는 택시 중 하나에 올랐다. 와자Waza로 가는 버스를 타려면 시내에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가야 하는데, 거리는 25Km 정도라고 한다. 요금을 깎아서 결국 1,500세파에 합의했다. 여행 초반에는 가능하면 경비를 절약하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도 좋다는 생각이다.

정류장에 도착해서 버스표를 2,100세파에 사고 나니 벌써 11다. 오늘은 와자까지만 갈 예정이니까 이제 한숨 돌려도 될 것 같다. 북부지방 여행의 첫 출발지로 와자를 택한 것은, 그 곳이 지리적으로 북쪽 끝이고 사파리 공원이 있기 때문이다. 공원에서 동물들을 보고, 아래쪽으로 내려오면서 북부의 여러 도시를 둘러 볼 생각이다.

버스가 금방 출발할 것 같지도 않고 해서 시간도 보낼 겸 주변을 둘러보았다. 군데군데 다른 곳으로 가는 차가 서 있고, 햇빛을 피해서 나무 밑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인 듯 하다. 제법 넓은 터에 시장도 겸하고 있는지, 한 쪽에는 점포가 늘어서 있고 주변의 여러 지역에서 온 장사치들이 여기저기 좌판을 벌이고 있다. 나무 그늘에 앉아서 소야 200세파어치를 사서 먹기도 하고, 돌아다니며 구걸하는 노인에게 100세파를 적선하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두 시간 가량 기다린 것이 허탈하게 느껴질 정도로, 출발하고 한 시간이 조금 지나서 버스는 이미 와자에 들어섰다. 길을 따라 걸으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그저 자그마한 시골 마을이다. 도로 옆에 늘어서 있는 집 앞에 평상이나 자리를 깔고 앉아서 한가롭게 쉬고 있는 사람들이 순박해 보인다. 생수 한 병에 600세파이니 물가는 굉장히 비싼 편이다.

관광지여서인지 저렴하게 묵을 수 있는 숙박시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모터사이클 택시를 이용해서 몇 군데 둘러보다가, 공원 입구 바로 앞에 있는 곳 - Centre d’accueil hôtel - 으로 정했다. 숙박비를 좀 깎아보려고 지배인을 만나고 싶었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아서 계산은 내일 하기로 했다.

공원에서 사파리를 하려면 반드시 차가 있어야 했다. 개인 차량이 있는 경우는 차에 대한 입장료만 내면 되지만, 차가 없으니 직접 수배해야 했다. 다행히 트럭 한 대가 수배되었는데 하루 이용료가 15,000세파라고 한다. 그나마 우기라서 손님이 별로 없어 깎아 주는 것이라니 더 할 말이 없다. 선금으로 5,000세파를 지불하고 내일 아침 호텔에서 만나기로 했다.

어느새 저녁때가 되었는데 마을 전체가 캄캄하다. 며칠째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해서 일찍 식사하려고 호텔로 돌아왔다. 식당이 따로 있지는 않은데, 주문하면 여직원이 요리를 해줄 수 있다고 한다. 잠시 후 주문한 닭고기 요리를 먹어보니 고기가 덜 익어서 밥만 조금 먹고 남겨야 했다.

7가 되니까 벌써 날이 어둡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 별 수 없이 양치질만 간단히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침실은 총알처럼 생긴 북부지방의 전통주거지 모양으로 시멘트를 이용해서 하나씩 지어져 있었다. 좁은데다가 선풍기도 돌아가지 않아서 굉장히 덥다. 여행 첫 날 대접으로는 상당히 거친 것이지만, 내일은 공원에서 멋진 동물들을 볼 수 있으니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