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食]/새우의 강

2001년 6월 20일(수) : 륌시키로

그러한 2008. 7. 12. 12:57

 

2001 6 20() : 륌시키로

 

- 마루아(1:20, 버스), 륌시키(3:40, 버스), 경비 21,500세파

 

아침에는 일찍 일어났다. 오늘은 근처에 있는 만다라Mandara산을 둘러보고 와서 륌시키Rhumsiki까지 가야 하므로 서둘러야 한다. 씻지도 않고 간단한 짐만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택시로 운행되는 모터사이클 운전사는, 1,000세파를 내지않으면 절대로 가지않겠다고 한다. 웬만하면 걷겠는데 1시간 이상 걸린다고 해서 그냥 타기로 한다.

만다라산 입구에서 운전사는 행운을 빈다고 말하고는 내려놓고 가버린다. 바로 앞에 보이는 산을 보니 마치 수 없이 많은 돌로 만들어진 거대한 탑처럼 보인다. 그래서인지 만다라라는 이름도 불교와 관련되어 붙여진 것이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보았다.

어디로 갈지 고민하고 있는데 한 남자가 다가온다. 이 곳부터는 자신이 가이드가 되어 안내해 주겠다고 하니 마침 잘 되었다 싶다. 지금부터 자신들의 부족인 만다라족이 모여사는 곳을 둘러 볼 것이고, 자신은 특별히 안내를 하도록 선택된 사람이라며 대단한 자부심을 내보인다.

위로 올라가면서 보니까, 산 전체에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마을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담장이나 집 등 모든 구조물을 돌을 이용해서 지은 것이 독특해 보인다. 건물 하나하나도 그렇지만 전체적으로도 거대한 예술품을 보는 것 같은데, 아래쪽에서 마치 정교한 탑처럼 보였던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 곳에서는 돌이 가장 흔한 것이니까 그것들을 이용한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모든 것이 원래 있던 자리에 놓인 것처럼 너무도 자연스럽다.

꼭대기쯤의 평평한 곳에서는 시장이 열리고 있었는데, 농기구, 약초, 일용품 등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조금 맛보라면서 전통술을 건네는데, 입에 머금어 보니 시큼한 맛이 마치 오래된 막걸리 같다. 가이드는 단숨에 들이키면서 이 곳에서는 환영하는 손님이 아니면 술을 권하지 않는다고 한다. 작은 학교에서 잠시 앉아있다가 산을 내려왔다.

산 아래에 있는 병원에서 모터사이클을 탈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언제 올 지도 모르면서 계속 기다리느니 산책하면서 슬슬 걸어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 어귀까지 배웅해 준 가이드에게 수고비로 1,000세파를 주고 모라를 향해 출발했다.

길 양쪽으로는 밭으로 보이는 농토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일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손을 흔들어 인사하니까 잘 받아주고, 먼저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한다. 시골인 탓도 있겠지만 무척 우호적이다. 중간쯤에서 나무 아래에 앉아서 잠시 쉬었다. 근처에서 뛰어놀고 있는 어린 세 남매가 너무 귀여워서 비스켓을 하나씩 주니까 까만 눈을 반짝이며 맛있게 먹는다.

 

한 시간을 걸어서 모라에 도착했다. 시내 거리는 어제 둘러 보았으니 시간도 아낄 겸해서 숙소까지는 모터사이클을 이용했다. 숙소 근처의 길가에 있는 간이매점에서 빵, 콜라로 간단히 요기도 했다. 배가 그리 고프지는 않았지만 이제 차에 오르면 먹는 일도 쉽지않을 것이다. 호텔을 나서면서 다른 곳보다 팁을 많이 둬도 별로 아깝지 않다. 식사, 숙박료, 깨끗한 방 등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으니 말이다.

정류장까지는 걸어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륌시키로 가는 버스는 첫날 도착했던 마루아에 가야 탈 수 있다고 한다. 마침 도착한 버스에 올라 한 시간 정도를 달려가니 어느새 낯익은 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시장 근처에 내린 다음 조금 걸어서 차 타는 곳에 도착했다. 시장 외곽의 골목에 차가 한두 대 서 있는 걸로 봐서는, 륌시키를 오가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차표를 파는 것도 아니어서 내심 불안하지만 차가 있다고 하니까 무작정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길 한쪽으로는 옷 수선을 하고 있는 수레가 길게 줄지어 있는데 주로 다림질을 하고 있다. 다리미는 위쪽에 달린 뚜껑을 열고, 안에 뜨거운 숯을 넣어 데운 것을 쓰고 있다. 조수로 보이는 아이들이 옆에서 분주하게 오가고 있는데, 숯불이 꺼지지 않게 잘 보고있다가 안에 채우는 것이 맡은 일인 듯 하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쓰던 인두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이슬람교의 영향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남자들이다.

여행할 동안 먹을 생수, 오렌지 3, 사탕 2봉지를 사기도 했지만, 대체로 무료한 시간을 1시간 반이나 보내고 나서야 차가 움직인다. 시장을 보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모두 태워가려다 보니 많이 지체되었다. 짐을 싣느라고 또 얼마간 기다렸지만 포장도로로 들어선 이후로는 시원하게 달린다. 40분 정도 지나서 가루아Garoua와 목꼴로Mokolo의 갈림길에서 목꼴로 쪽으로 들어섰다. 표지판을 보니 마루아에서 이 곳까지는 67Km라고 표시되어 있다. 한 시간을 더 달려 목꼴로 정류장에 들어섰다.

목꼴로는 북부지역에서 몇 번째로 큰 도시로 꼽히는데, 주변의 작은 도시나 시골마을의 농산물이 이 곳에서 주로 거래된다. 그런 만큼 경제와 교통의 소 중심지로 일찍부터 발전했다고 한다. 사실상 륌시키로 들어가는 관문이어서인지, 차는 한참을 정차하고 승객을 다시 채운다. 버스비로 3,000세파를 지불하고 조금 더 있으니까 차가 움직인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비포장길이 계속 이어진다. 평지에 불쑥 솟아있는 꼭대기가 뾰족한 바위산이나 당나귀가 특히 많이 보이는 풍경이 다른 곳과는 많이 다르다. 한 시간 정도 지나서 모고데Mogodé를 지나면서부터는 승객들이 하나 둘 내리는 폼이 거의 다 왔다는 생각이 든다. 선인장으로 둘러싼 울타리가 특이하게 보이는 마을들을 몇 개 더 지나서, 차는 천천히 해가 지고있는 륌시키로 들어섰다.

차가 멈춘 바로 옆 공터에, 웬일인지 아이들이 많이 모여있어서 매우 소란스럽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어서 서둘러 마을 복판에 있는 여인숙에 짐을 풀었다. 방은 시멘트로 지은 둥근 모양의 외벽에 지붕을 전통식으로 올린 모양인데, 천정을 보니 서까래처럼 보이는 나무가 그대로 드러나 있어 느낌이 좋다.

배가 고파서 우선 식사부터 주문했다. 주인아주머니가 직접 요리한 닭고기, 감자가 무척 맛있다. 맥주도 한 잔 하면서 주인아저씨와 내일의 트랙킹에 대한 계획을 세웠는데, 가이드와 점심까지 포함해서 10,000세파를 지불하고 준비를 부탁했다. 말하자면 이 곳은 숙박업과 관광안내업을 겸하고 있는 셈이다. 륌시키는 독특한 바위산과 그리 높지않은 산지지형으로 트랙킹하기 좋은 곳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방으로 오는 길에 남자아이 둘이 다가와서는, 내일 가이드로 자신들을 써 줄 것을 당돌하게 제안해온다. 아까 모여있던 아이들 틈에서 나를 봐두었던 것 같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대신 사탕을 하나씩 줬다.

물이 조금씩 밖에 나오지 않아서 살펴보니, 지붕에 설치된 빗물을 받아둔 통에서 나오고 있다. 샤워는 그런대로 하겠는데 양치질은 아무래도 생수를 이용해야겠다. 잠시 쉬다가 내일 있을 트랙킹을 위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