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食]/새우의 강

2001년 6월 19일(화) : 모라로

그러한 2008. 7. 12. 12:56

 

2001 6 19() : 모라로

 

- 모라(1:15, 버스), 경비 34,350세파

 

오전에 공원에 들어가기로 되어 있어서 일찍 일어났다. 제대로 나오지 않는 물로 간신히 면도와 세수만 끝내고 짐을 챙겼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니, 공원 입구라서인지 다른 집들은 보이지 않고 마른 풀밭만 계속 이어진다. 호텔로 돌아와서 트럭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아침이라서인지 지배인이 보인다.

숙박료로 7,000세파, 식사비로는 2,000세파를 내라고 한다. 어제는 정전 때문에 시설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다, 음식도 부실해서 거의 먹지 못했다, 물도 잘 나오지 않아 불편했다 등 세세히 늘어놓으며 할인해달라고 했지만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 공원관리소를 겸하고 있어서 비용도 같이 계산했다. 입장료 3,000세파, 가이드비 3,000세파, 차량통행비 2,000세파를 지불했는데, 트럭에 지불한 금액까지 생각하면 공원에 한 번 들어가는데 벌써 상당한 예산이 들어갔다.

호텔 앞에 트럭이 도착했다. 잔금으로 10,000세파를 마저 지불하고 차에 오르니, 가이드 팁으로 1,000세파를 미리 주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안내를 잘 해주었다면 그 이상을 줄 수도 있겠지만, 처음부터 숫제 돈타령이니 그리 좋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 7 차는 공원으로 들어섰다.

공원은 굉장히 넓어서 전체를 다 둘러볼 수는 없다. 보통 동물들이 많이 모여드는 곳이 있는데, 그런 곳을 몇 군데 연결해서 둘러보는 것으로 제한되어 있다. 거리가 멀어서 걸어서 다니기에는 무리지만, 동물들로부터의 예기치 않은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차를 타고서만 들어갈 수 있다.

동물들이 물을 먹으러 모이는 곳이라는 자연 웅덩이를 몇 군데 거쳐 지나갔다. 건기 때는 이런 웅덩이 한 군데에만 와도 거의 모든 동물들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우기인 이맘때는 자기들의 영역 근처에도 물이 풍부해서 그 곳을 잘 벗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한참 돌아다니다 보니 기린, 사슴류, 여우, 멧돼지, 각종 새, 기타 작은 동물들이 끼리끼리 모여 있는 것이 보인다. 코끼리나 사자 같은 큰 동물은 더 깊이 들어가야 볼 수 있을 거라고 한다. 느낌만 간직하고 다음 일정을 위해서 그냥 나오기로 한다. 초원 지대라서 나무는 별로 없고 풀만 군데군데 나 있다.

약간은 미안한 마음이 있었던지, 차로 마을을 한바퀴 돌면서 안내해 준다. 건기 때는 물을 찾아서 코끼리가 마을까지 내려온다는데, 한쪽에 흙무더기처럼 보이는 것이 코끼리의 배설물이라고 하니 사실인 것 같다.

 

호텔로 와서 양치질만 간단히 하고 짐을 챙겨서 거리로 나섰다. 버스타는 곳까지는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그리 높지않은 산들이 가끔 보이는데, 나무는 거의 없고 온통 크고 작은 바위들로 채워져 있다. 그 중의 한 곳에는 이 곳에서 가장 큰 규모의 호텔이 들어서 있는데, 객실에서 내려다보는 공원의 전망이 좋은 곳이라고 한다.

포장도로를 따라 좀 더 올라가니까 버스정류장이 보인다. 이제부터는 아래쪽으로 이동하면서 지나는 도시들을 하나하나 둘러볼 예정이다. 다음 목적지는 이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모라Mora이다. 사람들이 몇 명 앉아있는데 차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서 물어보니, 쿠세리Kousseri쪽에서 오는 차를 타면 된다고 한다. 쿠세리는 국경 근처의 최북단에 있는 도시인데, 예전에는 치안이 불안해서 위험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도로가 잘 포장되어 있고 군인들이 통제하고 있어서 괜찮다고 한다. 쿠세리로 가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예정대로 움직이기로 한다.

갈증도 풀 겸해서 콜라를 한 병 마시고 있으려니 차가 도착했다. 1,000세파를 내고 차에 오르고 나서도 20여분을 더 기다려서야 출발이다. 30분 정도 달리더니 갑자기 차가 멈춘다. 모두 내리더니 어느 건물로 들어가는데, 무슨 일인지 궁금하지만 배도 고프고 해서 바나나를 사먹으며 기다렸다. 토양이 척박해서 바나나도 귀한지 꽤 비싼 편이다. 다시 출발해서 물어보니, 기도하는 시간이라서 모두 기도하러 갔다온 것이라고 한다. 북부지방에는 대부분이 무슬림이라더니 과연 그런 것 같다.

예상했던 대로 2 모라에 도착했다. 숙소부터 잡고 짐을 풀고는 바로 거리로 나섰다. 작고 아담한 도시인데 거리가 아주 깨끗해 보인다. 제법 규모가 있는 병원도 보이는데 카톨릭교회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어 시간 둘러보니 더 이상 가 볼 곳이 없다.

숙소로 오는 길에는 소야도 하나 사먹어 본다. 방에서 쉬고 있으려니 직원이 모기약을 쳐 주는데, 고맙긴 하지만 독한 냄새에 견디기가 힘들다. 마침 식사시간도 되고 해서 식당으로 갔다. 어제 와자에서 실망한 탓에 오늘은 기대가 큰데, 40분 정도 기다리니 주문한 스테이크와 감자튀김이 나온다. 맥주와 같이 먹으니 맛이 좋다.

잊기 전에 숙박료로 3,000세파를 지불하고 방으로 왔다. 씻고 쉬면서 책을 좀 보다가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