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기를 그치면 근심이 없어진다.
'예'라는 대답과 '응'이라는 대답의 차이가 얼마일 것이며,
좋은 것과 나쁜 것의 차이가 얼마이겠는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바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없으니
그 황당함이 끝이 없구나.
사람들은 희희낙락하며 큰 잔치를 벌이는 것 같고
봄날에 누각에 오르는 것 같지만,
나 홀로 무덤덤하여 그런 조짐 조차 없는 것이
마치 아직 첫 웃음을 웃어 보지 못한 갓난 아이 같고,
어디에도 마음 두지 않음은 마치 돌아갈 곳이 없는 것 같구나.
사람들은 다 여유가 있는데 나 홀로 뒤처진 것 같다.
나는 어리석은 자의 마음이라, 흐리멍텅하구나.
세상 사람들은 잘도 살피는데 나 홀로 번민하는 것 같구나.
담담하기는 잔잔한 바다 같고,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음은 마치 높이 부는 바람 같다.
사람들은 다 쓸모가 있는데 나 홀로 완고하고 고루하구나.
그러나 나 홀로 세상사람들과 달라서,
만물을 먹여 살리는 어머니를 귀히 여길 줄 아네.
<도덕경> 제20장 - 비원 김기태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