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밑줄 긋기

그들은 모두 너무 바빴다

그러한 2011. 12. 31. 13:11

 

 

돈! 모든 사람이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칙칙한 색깔의 특별한 종이쪽.

그녀는 그것을 믿었다. 모든 사람이 그것을 믿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그 종이쪽을 가지고 ...은행을 찾아가

"이 돈으로 내 인생의 몇 시간을 살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을 때,

"죄송합니다, 손님. 저희는 팔지는 않고 사기만 합니다"라는 답변을 듣게 될 때까지는.

 

사람들은 '난 좀더 기다릴 수 있어. 오늘은 돈을 벌어야 하니까, 당장 내 꿈을 실현할 필요는 없어'

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숙인 채 직장으로, 학교로, 직업소개소로, 거리로 달려가고 있었다.

물론 그녀의 직업은 저주받은 것이었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그것 역시 모든 사람들이 그러듯이 자신의 시간을 파는 것일 뿐이다.

모든 사람들이 그러듯이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을 견뎌내는 것,

모든 사람들이 그러듯이 결코 도래하지 않는 미래의 이름으로 자신의 귀중한 육체와 정신을 내놓는 것,

모든 사람들이 그러듯이 아직 충분히 모으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

모든 사람들이 그러듯이 조금만 더 기다리는 것,

기다리고, 조금 더 벌고, 욕망의 실현을 나중으로 미루는 것.

당장은 몹시 바쁘니까.

 

자신이 벌게 될 돈으로 살 수 있는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생애 처음으로, 의식적으로, 냉철하게, 그리고 고의적으로

좋은 기회를 그냥 지나가도록 내버려두기로 결심했다.

...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 너무 바빴다.

 

 

- 파울로 코엘료, <11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