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귀로(歸路)

그러한 2012. 10. 23. 13:38

 

귀로(歸路)

- 이형기


이제는 나도 옷깃을 여미자
마을에는 등불이 켜지고
사람들은 저마다
복된 저녁상을 받고 앉았을 게다

지금은
이 언덕길을 내려가는 시간,
한오큼 내 각혈의
선명한 빛깔 우에 바람이 불고
지는 가랑잎처럼
나는 이대로 외로워서 좋다

눈을 감으면
누군가 말없이 울고 간
내 마음 숲 속 길에

가을이 온다

내 팔에 안기기에는 너무나 벅찬
숭엄(崇嚴)한 가을이
아무데서나 나를 향하여 밀려든다.

 

'[쉼-息] > 빈자의 양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만 있는 그대로  (0) 2012.11.11
나무들의 약속  (0) 2012.10.31
오매 단풍들것네 !  (0) 2012.10.23
희망가  (0) 2012.10.23
푸르른 날  (0) 2012.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