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모든 장르 가운데 유일하게 주택만이 그 목적의 한정을 보류해오고 있다.
아니 한정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편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
아예 '주택은 목적이 없는 곳'이라고 하면 어떨까?
생각해보면 주택 안에 있는 동안 우리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 시간보다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훨씬 길다.
그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어떨까?
어쩌면 무목적과 목적의 공존이 '주택의 매력'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원래부터 무색투명하고 특이한 맛이 없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한 것이다.
아마 무목적은 주택의 낮은 곳을 조용히 흘렀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흐르는 소리는 테이블과 의자라고 하는 멜로디가 기세를 올린 이후로는 잘 들리지 않게 되었다.
주택에 반드시 목적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 무목적성만 있으면 말이다.
건축의 모든 장르 가운데 유일하게 주택만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이 가능하다.
- 마스다 스스무, <주택해부도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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