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나누고 싶은 글

학문하는 방법

그러한 2014. 11. 18. 14:20

 

 

학문하는 방법

 

[번역문]

그대는 농사를 잘 짓는 방도를 아는가? 농사를 잘 짓는 데에는 세 가지 방도가 있다. 제때에 맞추어서 짓는 것과 차근차근히 짓는 것과 부지런히 짓는 것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방도를 능히 잘하는 자는 좋은 농부가 되고, 제대로 못 하는 자는 천한 농부가 된다.

어째서 제때에 맞추어야 한다는 것인가? 봄철은 파종을 할 때이고, 여름철은 김을 맬 때이고, 가을철은 수확을 할 때이다. 봄에 제대로 파종을 하지 못하면 오곡의 싹이 나지 않는다. 여름에 제대로 김매지 못하면 싹이 났어도 이삭이 패지 않는다. 싹이 났어도 이삭이 패지 않으면 결실을 맺지 못한 것이니, 수확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즉 농사짓는 자가 제때에 농사를 짓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무릇 군자가 학문하는 데 있어서도 역시 그렇다. 학문하는 것은 젊은 나이 때에 해야 한다. 젊어서 학문에 힘쓰지 않으면 늙어서 그 때를 놓치는 것이, 농사꾼이 봄철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철에 수확을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공자가 말하기를, “후생을 두렵게 여길 만하다. 앞으로 후생들이 지금의 나보다 못하리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이는 대개 후생은 나이가 젊고 기력이 왕성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젊으면 멀리까지 나아갈 수 있고, 기력이 왕성하면 깊게 공부할 수가 있다. 그런즉 학문하는 자가 제때에 공부를 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농사짓는 것과 학문하는 것은 모두 제때에 해야 하는 것이다.

어째서 차근차근 지어야 한다는 것인가? 밭갈이를 한 다음에 파종을 하고, 파종을 한 다음에 김을 매고, 김을 맨 다음에 수확을 한다. 만약 오늘 파종하고서 내일 김을 매거나, 아침에 김을 매고서 저녁에 수확하고자 한다면, 이것은 그 마음이 조장(助長)하는 데에 급한 것으로, 송나라 사람이 곡식이 빨리 자라라고 싹을 뽑아 올린 것과 그 어리석음이 똑같은 것이다. 그런즉 농사꾼이 차근차근히 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무릇 군자가 학문하는 데 있어서도 역시 그렇다. 학문을 차근차근히 하는 것은 반드시 순서에 따라서 해 나가야만 한다. 만약 등급을 뛰어넘어서 속히 이루고자 한다면, 도리어 도달하지 못하게 된다. 이것은 농사꾼이 싹이 빨리 자라라고 싹을 뽑아 올리는 것과 같다.
공자가 말하기를, “나는 30세에 뜻이 섰으며, 40세에 미혹되지 않았고, 70세에 이르러서는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하여도 법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라고 하였다. 그런즉 학문하는 자가 차근차근히 점진적으로 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농사짓는 것과 학문하는 것은 모두 차근차근히 해야 하는 것이다.

어째서 부지런히 지어야 한다는 것인가? 부지런하다는 것은 태만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농사꾼이 태만하지 않으면 씨를 뿌려서 수확을 할 수가 있다. 학문하는 자가 태만하지 않으면 처음에 잘 시작해서 끝내 유종의 미를 거둘 수가 있다.
이와 반대로 한다면 농사꾼이나 학자나 모두 성과를 거둘 수가 없게 된다. 그런즉 위에서 말한 세 가지는 참으로 어느 하나도 폐해서는 안 되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부지런히 하는 것이 또 이 세 가지의 근본이 되는 것이다.

아아, 농사를 짓는 것은 보통사람이면 누구나 잘할 수 있는 것이지만, 학문은 군자가 아니면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학문하는 방도는 농사짓는 것보다 더 잘해야만 한다. 농사를 짓는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자신이 굶주리는 데에서 그칠 뿐이다. 그러나 학문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사람이 사람답지 못하게 된다. 사람이면서 사람답지 못하면 비록 곡식이 있다한들 내가 그것을 먹을 수 있겠는가.

[원문]

子知夫稼乎。稼之道有三。曰時曰漸曰勤而已矣。能盡三者。則爲良農。不能盡三者。則是淺農夫也。
何謂時。春者播之時。夏者耘之時。秋者獲之時也。播失於春。五穀不生。耘失於夏。苗而不秀。苗而不秀則痒。獲其可得乎。然則稼之者可不及時乎。夫君子之於學也亦然。學之時必在少壯之年。不於少壯而努力。則老而失其時矣。猶稼者之失於春而無其秋也。孔子曰。後生可畏。安知來者之不如今也。盖爲年富而力强也。年富則期效遠。力强則用功深矣。然則學之者可不以時乎。稼之與學。視其時。
何謂漸。甸然後播。播然後耘。耘然後獲。若播今而求耘於明。朝耘而暮求其獲。則是其心急於助長。與宋人一其愚矣。然則稼之者可不以漸乎。夫君子之於學也亦然。學之漸。必在循序而進。若欲躐等而速成則反不達。猶稼者之揠苗而助之者也。夫子曰。三十而立。四十而不惑。至於七十。然後從欲而不踰矩。然則學之者可不以漸乎。稼之與學。視其漸。
何謂勤。勤者不怠之謂也。稼者不怠。則有種而有獲。學者不怠。則成始而成終。反乎是則稼與學俱喪其功矣。然則三者固不可一廢。而勤者又三之本也。
嗚呼。稼。鄙夫野人之所能也。學非君子不能。其爲道而甚於稼乎。稼之失。止於餓而已。學之失。人不人矣。人而不人。則雖有粟。吾得而食諸。

 


- 하수일(河受一, 1553∼1612), 「가설(稼說)」, 『송정집(松亭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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