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食]/새우의 강

들어가기 전에

그러한 2008. 7. 4. 13:52

 

들어가기 전에

 

 

떠나려고 하는가?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시기에는 반드시 하나 만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선택의 시점에는 늘 그 길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항상 현실과의 타협을 통해서 가장 쉬운 길만을 골라서 걸어왔다는 생각이 언제부터인가 가슴 속에 둥지를 틀었다. 또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삶을 소모하고 있다는 의식의 강박도 있었다.

한 번 지나온 길은 다시 돌아가기 어렵고, 그 걸어온 거리 만큼이나 가슴 깊은 곳에 은밀하게 간직해 두었던 꿈과는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저만치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행복을 향해서 항상 오늘을 저당 잡히고 또 다시 내일을 기대해보지만, 그렇게 현실에 대한 끝없는 욕망 속에서 살다가 어느 날 문득 찾아 든 것은 삶이 허무하다는 생각이었다.

행복은 어느 시점에 우리가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마음 속에 작은 기쁨을 느끼는 상태가 아닐까? 어떤 일이라도 내 앞에 던져질 수 있고 어떤 일에라도 최선을 다하는 자세, 그리고 그 안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행복도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선택해온 길과는 다른, 온전히 마음이 원하는 길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러한 길로 접어들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로서, 현재와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 볼 필요를 느꼈다. 그것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그 날 이후, 그 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던 한국해외봉사단에 지원해서 떠나는 일이 하나의 길로 내게 다가왔다.

 

한국해외봉사단

 

한국해외봉사단(KOV, Korea Overseas Volunteers)정부 차원의 대외무상원조사업 중 인적자원개발(HRD) 사업의 하나, 우리나라의 지원과 협력을 필요로 하는 개발도상국가에 매년 해당 분야의 봉사자를 선발·파견해서 그들의 경제·사회·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사업이다. 현재는 외교통상부 산하의 정부출연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에서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그 전 해인 ’98년에 모집설명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그 때에도 지원하고 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결심을 굳힌 것은 아니었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서 다음으로 미루게 된 것이다. 이듬 해에 난 모집안내를 보고 여러 지역 중에서 활동내용과 지역 등을 고려해서 카메룬에 지원했다. 기왕이면 일반적으로 가장 오지라고 알려져 있는 아프리카로 가서 활동하는 것이 더 보람 있을 것 같고, 그 나라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색다른 경험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서였다. 사실 축구를 잘 하는 나라라는 것 외에는 아는 게 전혀 없었다.

지원서 접수에서부터 최종 합격자 발표가 있기까지 두 달 정도가 소요되었다. 모집설명회, 1차 서류전형, 영어필기시험 및 인성검사를 포함한 2차 전형, 면접, 신체검사 등을 거쳤다. 다시 두 달간의 국내합숙훈련을 통해서 현지어 습득, 파견국 연구와 봉사자로서 거듭나는 과정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