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食]/새우의 강

집 구하기 - 현지어(프랑스어) 수업

그러한 2008. 7. 4. 13:58

 

구하기

 

현지에 정착하기위해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은 집을 구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K박사님 부부께서 미리 알아봐 두셔서, 세 군데의 아파트를 같이 둘러보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곳을 고르기만 하면 되는 것인데도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첫번째 집은 골목길 좌우로 큰 망고나무가 줄지어 서 있고, 조용한 분위기에 내부가 제법 고전적인 분위기까지 풍겨서 내심 마음에 들었다. 월 임대료를 20만 세파( 36만원)에 내놓았다고 했는데, 우리가 집을 보러 가니까 35만 세파( 63만원) 이하로는 절대 안 된다고 한다. 집주인인 장관에게 다시 한 번 연락을 해봐달라고 해도 관리인은 막무가내여서 그냥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원화와의 환율은 11.8 정도로 계산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20만 세파에 내놓았던 또 다른 집도, 만나서 얘기를 나누는 그 자리에서 주인이 25만 세파로 올렸다. 약간의 실랑이가 오갔지만 그냥 나왔다. 사실 매월 주거비로 지원되는 금액 한도로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주변 환경이 그리 좋지 않은데다 주인의 태도에 실망했던 것이다. 에어컨이 갖추어져 있다는 것을 강조하지만, 많이 낡은데다가 그리 필요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최종적으로, 바스토스Bastos 구역에 있는 전임단원들이 살던 아파트를 25만 세파에 계약하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도 중개업자 사무실, K박사님 진료소, 아파트 사이를 여러 번 오간 다음에, 마지막으로 경찰서에 가서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 곳의 중개업자는 중간에서 소개해 주는 일만 대행하고, 정식 문서는 경찰서에서 작성해 주고받는 것이 특히 외국인에게는 안전한 방법이라고 한다. 석 달치 임차료를 미리 지불하고 약식으로 영수증도 받았다. 당초에 상상했던 밀림 속의 움집은 아니지만, 나만의 공간인 아담한 보금자리가 생겨서 앞으로의 생활이 즐거워질 것 같다.

 

따뜻한 환대

 

두 달간 받았던 국내훈련기간 중에 현지음식 적응에 대해서 무수히 많이 들었기 때문에, 한국음식은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던 참에 K박사님 댁, 닥터C , T씨 댁 등에서, 약식이지만 한국음식을 여러 번 대접 받게 되어서 때로는 미안하기까지 했다. 어떤 때는 이 곳에서 준비하기도 쉽지 않은 회를 맛 볼 기회도 있었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 했던 것이어서 감격스러웠다. 그 외 여러 교민들로부터도 가끔 식사 초대를 받았다.

잘 모르겠지만 봉사단원으로 와있는 것에 대해서 교민들은 대견해 하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얼마되지 않는 교민들과 지내다 보니, 자연히 동포애라는 것도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현지어(프랑스어) 수업

 

카메룬의 공용어는 영어와 프랑스어인데, 야운데를 포함한 75% 정도의 지역에서 주로 프랑스어를 사용하고 있다. 국내훈련 중에도 현지어 습득에 가장 비중을 두었는데, 현지적응훈련 기간에도 현지어 수업에 가장 역점을 두어서 계획된 것 같다.

현지어 수업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언어교육기관(학원)인 상뜨르필롯Centre Pilote에서, 수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에 현지인 전문 강사들로부터 전체 72시간의 프랑스어 교습을 받게 되었다.

첫 날은 강사의 체취 때문에(?) 속이 울렁대기도 했지만 시일이 지남에 따라서 차츰 적응이 되는 것 같다. 우리끼리는 잘 모르지만 사실 한국인만의 독특한 체취도 인정해야 할 것인데, 모든 나라 사람들이 나름의 체취를 지니고 있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두 명의 강사로부터 교대로 수업을 받아서 그리 지루하지 않고, 내용도 국내훈련 때 열심히 한 탓이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학원에서 정작 힘든 일은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수세식 변기가 설치되어 있는데, 어쩐 일인지 앉는 판이 없어서 가능하면 이용하지 않고 참았다. 어쩔 수 없이 급하게 이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태권도 기마자세(?)를 유지해야만 한다.

젊은 남자강사는 유머가 풍부하고 발음도 좋을 뿐만 아니라, 나름대로의 교수법으로 수업을 재미있게 이끌어갔다. 여자강사도 열심히 가르쳐주었지만 수업시간에 가끔 먼 산을 보고 있거나 졸기도 하는 모습 때문에 한 번씩 웃을 수 있었다. 외모 만큼이나 마음씨도 넉넉해서, 가끔씩 휴게실로 데리고 가서 음료수를 사 주는 바람에 나도 한두 번은 사야 했다. 한 달간의 수업이 끝날 즈음에 H단원이 말라리아로 아파서 몸을 가누지 못할 때에는, 자신의 일처럼 걱정해 주고 약도 구해주는 등 너무나 착한 모습도 보여주었다. 현지의 다른 여인들처럼 외모를 꾸미는데도 무척 관심이 많은 듯 했다.

학원을 오가는 길은 K박사님의 차를 빌려서 이동했다. 한 번은, 운전사인 아우두 씨가 약속한 시간이 지났는데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의사소통 부족으로 시간을 서로 잘못 이해했던 것이다. 덕분에 처음으로 택시를 이용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보통요금보다 약간 더 지불하긴 했지만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실수를 통해서 배우게 되고,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것이 인생의 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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