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 1999년 7월 25일(일)
휴일을 이용해서 계약한 아파트로 이사했다. 호텔에서 짐을 가지고 아파트로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지만, 앞으로 생활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살림살이도 필요했다. 다행히 전임단원들이 쓰던 생활집기, 활동물품들을 K박사님 댁에 보관 중이어서 트럭을 불러서 옮기기만 하면 되었다. 냉장고, 가스 레인지, 가스 통, 대나무 가구, 식탁, 식기 등을 모두 옮기고 대강 자리를 잡았으니, 당장 생활하는데 필요한 것은 어느 정도 갖추어진 셈이다. 이제 책상, 스탠드만 준비하면 될 것 같다.
집이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커서 청소를 잘 하지 않는 나로서는 관리해나가기 부담스러울 정도이다. 또 현지인들의 주거 환경과 비교해서 너무 좋은 집에서 사는 것 같아 자괴감도 들었지만, 최대한 간소하게 생활을 꾸려 나가기로 다짐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한다.
저녁에는 이사를 자축하기 위해서 근처의 레스토랑으로 가서 근사하게 식사를 했다. 저렴한 가격의 비프스테이크와 맥주도 맛있었지만, 서비스로 특별히 주는 것이라는 에스프레소커피 인심도 마음에 든다. 내 집이라는 편안함이 있어서인지 밤에는 달게 잤다.
지방답사 : 1999년 7월 29 ~ 31일
현지훈련과정의 하나로 주말시간을 이용한 지방답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카메룬에서 가장 많은 교민들이 살고 있는 두알라Douala를 방문하고, 그 주변에 있는 도시를 둘러 보는 일정으로 계획되었다.
두알라는 이 나라 제일의 경제 도시이며 대서양에 면해 있어서 무역항으로 크게 번성한 곳인데, 주로 사업을 하시는 분들과 가족 등 백 여명의 교민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그 곳의 한인회장님이 운영하시는 식당에서 생선회 등으로 식사하면서 일부 교민들과 한인회장님도 만나 뵈었다. 오는 길에 다시 들렀을 때는 돼지갈비도 맛 볼 수 있었는데, 한국인들이 있는 곳이면 한국음식은 어떡해서든지 맛 볼 수 있는 것 같다. 한 쪽에는 단고기도 보인다.
에데아Ed?a는 야운데에서 두알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작은 도시인데, 이 나라 전체 전력공급량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나가Sanaga강 수력발전소에서 가까운 곳이다. 강변에 위치한 현지가옥과 조각배를 띄워 고기를 잡는 어부의 모습이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림베Limbe는 과거 영국통치지역 - British Cameroon - 의 대표적인 계획도시로, 당시의 이름은 빅토리아Victoria였다고 한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동물원에서는 각종 유인원, 악어, 뱀 등을 볼 수 있고, 꽤 넓은 규모의 식물원에서는 다양한 수종과 산책코스를 즐길 수 있다. 시내에서 좀 떨어져 있는 마일-12 등의 검은모래해변도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인데, 가는 길에는 소나라Sonara 석유회사 유전의 꺼지지않는 불꽃도 볼 수 있다. 또 작년(’98년)에 카메룬산의 화산 분출 때 흘러내린 용암이 도로를 덮고 있어서, 해변으로 가는 길은 바로 옆으로 우회도로가 만들어져 있었다. 일 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내부에는 아직 열이 식지 않았는지 김이 오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길 양쪽에는 굳은 용암이라며 쌓아놓고 팔고있는 현지인도 볼 수 있어 어디서나 상혼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호텔 - Atlantic Beach Hotel - 에 묵으면서, 대서양 바닷물에 들어가서 파도타기도 하면서 짧은 휴가 기분도 내보았다.
붸아Buea는 영국통치지역의 수도였던 도시인데, 지금은 예전의 영화는 뒤로 하고 그저 작은 소도시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높이 4,095 미터로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카메룬산Mont Cameroun이 그리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는 곳이라서인지 관광객들이 심심찮게 찾아오는 곳이다. 특히 매년 2월에는 영국의 맥주회사인 기네스에서 후원하는 정상까지의 종주대회가 열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국립대학교인 붸아대학교도 둘러보았는데 규모도 있고 건물도 깨끗하게 잘 지어진 것 같았다.
호텔에서 CNN 뉴스를 통해서, 한국 중서부지역의 홍수 소식을 접하고 안타까웠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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