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가끔은 미국현지법인에서 제조된 한국상표의 라면(80g)이 대량 수입되어 유통되기도 하는데, 가격은 상점별로 다르고 많게는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때도 있다(300~700세파). 워낙 맛이 있는(?) 제품이라서 이것저것 넣어서 먹다 보니 조리실력향상(?!)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또 유통기간이 많이 지나서 내부에 벌레가 부화한 것도 있고 스프가 상한 것도 있어서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가끔은 교민들이 사업차 컨테이너에 물품을 실어오면서 한국산 라면을 들여오는 경우도 있는데, 가격은 박스 당 15,000세파 정도로 형성된다. 그 중의 일부가 슈퍼마켓에 흘러 나온 것을 한 개에 500세파를 주고 사먹기도 했는데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두알라에 있는 한국식품점에서 살 수도 있지만, 가격이 비쌀 뿐더러 거리도 멀어서 '그림의 떡'이었다.
레미제라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심신이 미약한 사람들을 거리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최소한 동사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므로, 상하(常夏)의 기후가 이들에게는 하나의 축복(?)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대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그 점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모병원(Hôpital Jamot)에 정신병동이 있긴 하지만 이들을 수용하는 시설은 따로 없고, 국가에서는 방치하는 형편이라서 더 많아보이는 것 같다. 선진국처럼 과도한 심리적 억압기제로 인한 경우는 적은 것 같은데, 일사량이나 기아, 기생충 등도 원인의 하나인 것 같다. 시내에서 자주 마주친 사람들을 대강 정리해 본다.
1. 롱깍 교차로(Carrefour Nlonkak)에서 슈퍼마켓 띠그르Tigre로 가는 언덕배기에는 늘 일장연설(!)을 하고 있는 아주머니를 쉽게 볼 수 있다. 어떤 때는 나체로 시위를 벌이기도 하는데, 대통령에 대한 험담이라고 한다. 또 자신이 본처였는데 영부인때문에 쫓겨났다는 이야기를 한다고도 들었다.
2. 바스토스에서 시청 사이를 다니는 한 남자는, 평소에는 정신이 멀쩡한 것 같은데 한 번씩 간질발작증상을 보인다. 대부분의 시간을, 두꺼운 옷을 걸친 채 눈을 부릅뜨고 거리를 걷고있거나 누워서 자고 있다. 깎지 않아 덥수룩한 머리의 정수리 부근은 거의 빠져있다. 가끔은 지나가는 행인들과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누는 모습도 자주 보게 되고 담배도 곧잘 얻어 피운다.
3. 영국문화원 건너편에 자리를 잡은 아주머니는 아주 조신하다. 자신의 짐을 뒤편에 가지런히 정리해 두고 있으며, 늘 주변을 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때로는 뜨개질을 하고 있고 등에는 아기인형을 늘 안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 평범한 주부였는데 어떤 이유로 정신에 이상이 온 것으로 보인다. 떠나오기 몇 개월 전부터 볼 수가 없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을 지울 수 없다.
4. 바스토스에 위치한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건너편에 있던 아주머니는, 늘 한 곳을 응시하고 계속 웅크리며 앉아 있다. 저녁 즈음에는 먹을 것을 찾으려고 옆의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거리를 걷는 모습을 자주 보곤 했다.
5. 야운데 전 지역을 다니는 어떤 아주머니는, 종이에 늘 무엇인가를 쓰고 있는데 필체로 봐서는 아마 중등학교 이상의 학력인 것으로 추정된다. 처음에는 깨끗한 입성이었는데, 날이 갈수록 지저분해지고 낡고 헤진 모습이 되었다.
6. 롱깍 교차로에서 주로 보이는 남자는, 정신은 멀쩡해 보여서 노숙자로 생각된다. 근처 가게나 식당을 돌면서 음료수, 특히 맥주병에 남아있는 내용물을 한 곳에 모아서 마시는 것을 자주 봤다.
7. 제법 큰 식당인 사모바Samovar 건너편의 쓰레기통 옆에 자리잡은 한 아저씨는, 늘 웃고 있거나 약간은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다른 곳을 돌아다니기도 하는데, 가끔 이발도 하는 것 같았다. 다리를 다쳤는지 한 동안 붕대를 매고 있었는데, 지금은 다 나았는지 혹시 악화되었는지 궁금하다.
8. 미사 할 때의 신부 옷차림(복장, 묵주, 목걸이 등)을 하고, 늘 우산을 짚으며 바쁘게 길을 걸어가던 나이든 남자도 생각난다. 때로는 길가는 행인들에게 구걸을 하는 것도 같았는데, 어쩌면 구도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때는 허리를 짚고 석양을 응시하는 모습이 경건해 보이기도 했다.
9. K박사님 댁으로 가는 골목 옆에서, 쓰레기더미를 뒤지거나 웅크리고 있던 아주머니는, 순한 표정에 항상 편안해 보였다.
뤼나공원 - Luna Park
야운데에서 북쪽으로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오발라Obala에 위치한 자그마한 공원이다.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수영장, 산책길, 약간의 동물(원숭이, 새 등), 숙박시설 등이 있어서 드라이브를 겸해서 한 번은 가 볼 만하다. 예전에는 관리나 규모면에서 훨씬 나았다고 하는데, 현재는 그저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형편으로 보였다. 공원을 끼고 도는 시냇물을 배경으로 한 장의 사진을 촬영해도 썩 좋은 작품이 나오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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