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6월 22일(금) : 목꼴로로
- 목꼴로(
다섯 시에 일어났다. 오늘은 목꼴로까지 가서 주변을 둘러볼 생각이다. 짐을 싸두고 차편을 알아보러 나갔더니 이미 몇몇 사람들이 차에 올라 있다. 혹시라도 자리가 없을세라 부리나케 짐을 챙겨서 차에 올랐다. 요금으로 300세파 밖에 받지 않는 점이 약간 이상하다.
한참을 기다리는 사이, 막 장사가 시작되는 시장을 둘러 보았다. 예전 우리나라 시골의 난전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작은 장이 서는 곳이다. 물건을 실어 나르고 준비하는 사람들로 다소 분주한 가운데, 망고를 100세파 주고 사서 차로 돌아오니까 이내 움직인다.
한시간 정도 가다가 차가 멈췄다. 경찰의 검문 때문인데, 신분증 검사를 하더니 없는 승객들은 가차없이 내리라고 한다. 몇 명을 내려두고 차는 다시 출발한다.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은 것은 분명히 잘못이지만, 모두 볼 일이 있을 텐데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분증은 몇 년에 한 번씩 갱신해야 하는데, 수수료를 아끼려고 제때 발급받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걸어서 차편이 있는 시장까지 가서, 여전히 비싼 생수부터 하나 샀다. 차편으로는 모터사이클 밖에 없다고 한다. 웬지 위험해보여서 내키지 않고 요금도 비싸서 망설이고 있는데 한 사람이 깎아주겠다며 타라고 한다. 인상을 보니 착하게 보이고 이왕 내친 걸음이라 뒷자리에 올랐다.
비포장길을 모터사이클로 가는 것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흙냄새 섞인 공기가 폐부로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아 상쾌하고, 양쪽 길 옆으로는 밭농사가 한창인 듯 계속 이어지는 들판에 눈 조차 시원하다. 하늘이 어두워진다 싶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조금씩 굵어지는 비를 그으려고 밭 가운데에 있는 건물로 가서 안으로 들어섰다.
어른들은 보이지 않고 어린아이 둘이서 집을 지키고 있다. 잠시 후에는 근처의 들에서 일하던 사람들도 몇 명 들어와서 안이 꽉 찼다. 아이들은 “이상하게” 생긴 내가 신기한지 눈치를 보면서도 계속 쳐다보고 있다. 사람들과 인사하고 몇 마디 나누는 사이에 어느새 비가 그친다.
징글리아는 딱히 볼 만한 것은 없는,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시골마을이었다. 운전사가 이 곳이 자신의 고향이라며 여기저기를 안내해주는데, 내가 방문한 것에 대해서 흐뭇해하는 것 같다. 숙소를 겸해서 공예품을 파는 곳도 들렀는데, 깨끗하게 운영되고 있었고 그리 비싸지 않은 공예품도 많이 있다. 미리 숙소를 정하지 않았으면 이 곳에서 묵어도 될 뻔했다.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고 다시 목꼴로로 향했다. 올 때는 몰랐는데 오르막길이 몇 군데 있어서 힘겹게 지나왔다. 40분 정도 걸려서 숙소까지 와서 2,500세파를 지불했다.
마을을 둘러보려고
샤워를 하고 쉬고 있으려니 슬슬 배가 고파온다. 저녁은 맛있는 것으로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미리 봐두었던 근처의 호텔식당으로 갔다. 로비에서 파는 기념품 중에서 작은 종을 하나 사고, 소쿠리는 그냥 얻었다. 오는 길에 종 가운데 묶여 있는 쇠를 길에 떨어뜨려서 한참을 찾다가, 지나가는 모터사이클이 불을 비춰준 덕분에 겨우 찾을 수 있었다.
방으로 와서 책을 보면서 쉬다가
'[삶-食] > 새우의 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1년 6월 24일(일) : 가루아로 (0) | 2008.07.12 |
---|---|
2001년 6월 23일(토) : 마루아로 (0) | 2008.07.12 |
2001년 6월 21일(목) : 륌시키에서 (0) | 2008.07.12 |
2001년 6월 20일(수) : 륌시키로 (0) | 2008.07.12 |
2001년 6월 19일(화) : 모라로 (0) | 2008.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