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6월 23일(토) : 마루아로
- 마루아(
일어나서 곧바로 산책을 하고 들어와서 짐을 정리했다. 숙소를 나서 마루아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까지 걸어갔다. 버스가 바로 출발할 것 같지 않아서 시장을 한바퀴 둘러보고 오니까 막 움직이려는 참이다.
그저께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어서 창 밖의 풍경이 낯설지 않다. 잘 포장되어 있는 길을 1시간 반 가량 달려서 차는 어느새 마루아에 도착했다. 우선 지난번 들렀던 가게로 가서 사탕을 두 봉지 더 샀다. 지난번에 샀던 버터맛 사탕은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하나둘 주고 나도 먹다보니 어느새 동이 났다. 야운데에서는 맛보지 못했던 것이라서 자세히 보니 나이지리아 산이다. 이번에는 잘 챙겨 두었다가 야운데에 있는 단원들에게 맛보여야겠다.
근처 식당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로 간단히 식사부터 했다. 배가 부르니 마음도 너그러워져서 마침 구걸하는 걸인에게 100세파를 적선했다. 우선 숙소를 찾아 4,000세파에 하룻밤 묵기로 한다. 간단히 씻고 약간 피곤해서 한두 시간 휴식을 취했다.
도시의 중앙에 자리잡은 공예품시장에는 듣던 바대로, 각종 가죽제품, 옷감, 그림, 목각품, 골각품 등 다양한 물건들을 볼 수 있었다. 기념으로 그림이 염색된 면포 3장을 2,000세파에, 무슬림들이 머리에 쓰는 빨간색 두건을 2,500세파를 주고 샀다. 마음에 드는 것들은 많이 보이지만, 여행 중이니 만큼 짐을 만들고 싶지않고 예산도 별로 넉넉하지 않다.
마루아는 북부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이니 만큼, 주변의 각종 산물이 집산 되어 커다란 시장이 형성되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공예품시장이 가장 큰 규모를 이루고있고, 야운데나 두알라 등의 대도시로 실려가는 물량도 엄청나다고 한다.
한참을 돌아다녔더니 배가 고파서 소야를 200세파어치 사먹었다. 큰 길을 따라서 계속 내려가니까 라미도 관저와 중앙모스크가 보인다. 라미도Lamido는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세력을 가진 부족의 왕을 가리키는 칭호이다. 국가로 통합된 지금은 위세가 그전 같지는 않지만, 부족의 전통이 아직도 존중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모스크를 지나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길을 따라 걸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서 무슨 일인가 하고 다가갔더니 경찰이 불러 세운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여행 중이라고 이야기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근처에 있는 사무실로 데려가더니, 야운데에서의 근무지와 하는 일 등을 자세히 듣고 나서야 여전히 마땅찮은 표정으로 보내준다.
좋지않은 기분을 떨쳐버리려고, 물이 말라버렸는지 모래만 남아 있는 강바닥에 내려섰다. 아이들이 모래밭에서 장난치면서 놀고있고, 둑에는 양들이 풀이라도 뜯는지 한두 마리씩 보인다. 모래를 가로질러 반대쪽으로 올라가서 다시 길을 따라 걸었다. 안내책자에 있는 한두 군데 장소를 찾으려고 길을 물어 보면 현지인들 – 주로 노인, 아이들 – 이 너무도 친절하게 알려줘서 상한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다.
너무 멀리까지 걸어온 것 같아, 모터사이클을 불러 세워 숙소까지 타고 갔다. 바람을 안고 도로를 질주하면서 온 길을 되짚어 보는 기분도 나쁘지 않다. 생수도 하나 샀는데 550세파로 여전히 비싸다.
시장 근처의 노천식당으로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숙소에서 좀 떨어진 곳이지만 낮에 봐두어서 잘 찾아갈 수 있었다. 생선요리에 밥을 시켰는데 저렴하고 맛도 있다. 한참 앉아서 밤거리를 구경하다가 숙소로 오니 배가 살살 아파온다. 생선에 문제가 있었는지 화장실에 몇 번 다녀오고 나니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간단히 양치질만 하고 그대로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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