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食]/새우의 강

2001년 6월 25일(월) : 은가운데레로

그러한 2008. 7. 12. 13:01

 

2001 6 25() : 은가운데레로

 

- 은가은데레 (5:00, 버스), 경비 11,675세파

 

어젯밤에는 너무 더워서 뒤척이다가 잠을 설쳤다. 간신히 잠들었다 싶었는데 눈을 뜨니 벌써 7 넘었다. 어제 먹은 것 중에서 뭐가 잘못되었는지 배가 아파서 몇 번 화장실 신세를 졌다. 기운도 식욕도 없지만 다시 움직이려면 뭘 좀 먹어두어야 한다. 근처의 간이식당에서 오믈렛, 커피를 간단히 먹고 나니 기분도 조금 나아진다.

오전에는 근처의 작은 마을인 피토아Pitoa에 가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정류장까지는 모터사이클을 이용했고, 피토아까지는 그리 멀지않아서 택시가 운행되고 있었다. 요금이 300세파인 택시는 잠깐 사이에 자리가 찼다. 20분 가량 포장도로를 달려가니 오른쪽에 마을이 보인다.

피토아도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마을인데, 5일마다 한 번씩 이 곳에서 열리는 장이 볼 만하다고 한다. 오늘은 장이 열리는 날은 아니지만, 제법 규모가 있는 장터에는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있다. 곡물가루로 경단을 빚은 것, 향신료 가루 등은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하던 것이라서 이채롭다. 한쪽에 있는 건물의 가게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생수가 있다고 해서 500세파에 샀다. 마을도 한바퀴 둘러보았는데 작고 아늑한 마을이 무척이나 한가로운 분위기이다. 마을 어귀 풀밭에서 풀무질하는 젊은 남자들이 건강해 보인다.

다시 가루아로 돌아와서 시내중앙에 있는 시장을 둘러보았다. 피토아의 난전 같은 모습과는 다르게, 건물을 따로 지어서 만든 점포에 상인들이 입주해 있어 대체로 정리된 분위기이다. 이곳저곳 다니면서 다양한 물건들을 구경하다 보니, 한 쪽에 헌 책을 파는 곳이 있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찾으니까 어디론가 가더니 두꺼운 책을 가지고 온다. 영역본으로 영국에서 발간된 것인데 거의 새 책이어서 구미가 당긴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깎아달라고 해도, 단호한 태도로 처음 금액에서 양보하지 않는다. 아쉽지만 야운데에서 찾아보기로 하고 돌아섰다.

목도 마르고 좀 쉬려고 어제 저녁에 들렀던 식당에 들어가 망고주스를 주문했다. 다시 마셔도 역시 맛있어서 300세파가 아깝지 않다. 조금 전 시장에서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산 떡과 같이 먹으니까 속이 든든하다. 이 떡은 꼭 우리나라의 감자떡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누룩을 넣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4개에 100세파인데 덤으로 하나를 더 주는 인심이 훈훈해서 좋다.

숙소로 돌아와서 짐을 챙겨 나왔다. 은가운데레행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교민이 경영하는 사진관에도 인사차 들렀다. 야운데를 오가며 열심히 생활하시는 모습을 뵈니 왠지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준비한 음료수를 전해드리고, 밥이라도 먹여보내지 못해 미안해하시는 마음을 뒤로 한다.

 

마침 기다리고 있던 버스에 올라타니까 이내 출발한다. 잘 포장된 도로를 따라서 남쪽으로 얼마쯤 내려가니 베누에Bénoué공원을 가리키는 안내판이 보인다. 이 곳도 산림을 보존하기 위해서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이후로 쉬지도 않고 계속 달리던 차가 2시쯤에는 감바Gamba에 멈춰 섰다. 기도하는 시간이라 멈춘 것인데, 한 쪽에는 이들을 겨냥한 듯 음식을 준비해서 대기하고 있는 수레가 많이 보인다. 차에서 내려 앞에 있는 마을을 보니 은가운데레까지는 102Km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2시쯤에 다시 출발한 버스는 음베Mbé를 지나쳐, 4 조금 못 되어서 은가운데레에 도착했다. 우선 기차역으로 가서 차편을 알아보니, 열차탈선사고가 있어서 오늘은 차편이 없다고 한다. 한두 명이 죽었다고 하는데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별 수 없이 오늘은 이 곳에서 묵고 내일 다시 역으로 나가보기로 한다.

숙소는 역에서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 대체로 쾌적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요금으로 내는 4,500세파도 그리 아깝지 않다. 방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기차표를 미리 예약해두어야 할 것 같다. 다시 역으로 갔더니 창구가 모두 닫혀있다. 한참을 기다리다 겨우 안쪽에 있는 사무실로 들어가서 물어보니, 당일 출발시간 전에만 표를 살 수 있다고 한다. 기왕 나온 걸음이니 시내를 약간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에 식사하러 밖으로 나가려고 하니, 밤에는 가능하면 외출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라고 직원이 충고한다. 역 주변이라서 치안상태가 좋지않아 강도를 만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별수없이 로비에 조그맣게 마련된 식탁에 자리를 잡고 하나로 고정되어 있는 음식을 주문했다.

익힌 고기에 토마토 소스를 붓고 끓인 요리와 삶은 쁠랑땡이 나왔다. 먹어보니 생각보다 맛있다. 특히 쁠랑땡은 지금까지 먹어 본 어느 곳보다 맛이 좋았다. 처음 카메룬에 와서 삶은 쁠랑땡을 먹고 실망한 이후로 보통은 굽거나 튀긴 것을 먹었는데, 이 곳에 와서야 마침내 삶은 쁠랑땡과도 화해(?)하게 되었다.

방으로 와서 내일은 뭘 할까 생각하며 쉬다가 10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