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슬픔, 죽음에 대한 탐구(2)
사회가 그 안에 있는 조직 종교, 도덕규범, 교리, 오만, 경쟁심과 더불어 마음을 억누르고 있는 제약 조건을 헤쳐 나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생각은 시간에서 나오기 때문에 우리는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한다. 생각은 기억의 반응이며, 기억은 종족, 지역사회, 집단, 가족에 의해서 그리고 개인에 의해서 축적되고 물려받고 획득되어 온 배경이다. 이 배경은 마음이 계속 쌓이고 쌓인 결과이며 그것이 축적되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
우리들 대부분에게 마음은 기억이며, 도전이나 요구를 받으면 언제나 반응하는 것이 바로 기억이다. 마치 연상작용을 통해서 움직이는 전자 두뇌의 반응과 같다.
생각은 기억의 반응이므로 본질적으로 시간의 산물인 동시에 시간의 창조자이기도 하다.
내가 말하는 것은 이론이 아니다. 꼭 생각해봐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에 대해 생각할 필요는 없으며 이해하기만 하면 된다. 그건 그냥 그런거니까. 얽히고 설킨 일들을 시시콜콜 다 말할 생각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들은 이미 다 말했으니 그대는 그걸 알든가 모르든가 둘 중 하나겠지.내가 무슨 말을 하고있는지 이해한다면, 단지 말로만 이해하거나 언어학적으로 또는 분석학적으로 따지지 않고 실제로 있는 그대로를 본다면, 시간이 우리를 어떻게 기만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런 다음 생기는 의문은 시간이 멈출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들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전체적으로 볼 수 있다면 즉 그 깊고 얕음, 그 아름다움과 추함을 볼 수있다면, 내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볼 수 있다면, 그 때 느끼는 것이 바로 시간을 파괴하는 행위이다.
시간을 이해하지 못하면 슬픔도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그것들을 따로따로 이해하려고 하지만 그 둘은 다른 게 아니다. 회사에 출근하고, 가족을 이루고, 자식을 낳는 일들이 따로따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반대로 그런 일들은 서로 깊고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사랑에서 비롯되는 민감함이 있어야 뗄려야 뗄 수없는 이 밀접한 관계를 알 수 있다.
슬픔을 이해하려면 시간의 본질과 생각의 구조를 진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시간은 멈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마치 전자 두뇌처럼 축적해 놓은 정보만 계속 되풀이할 것이다. 시간이 끝이 없다면 생각이 끝이 없다면, 그저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적응해가고 계속해서 변경되기만 할 것이다. 거기에는 새로운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기껏해야 전자 두뇌를 미화시킨 것이 우리다. 전자 두뇌보다야 조금 낫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기계처럼 움직인다.
슬픔의 본질과 슬픔의 끝을 이해하려면 시간을 이해해야 하는데, 시간을 이해하는 것이 곧 생각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 둘은 하나다.
시간에 대해 이해하다 보면 생각과 마주치게 되고, 생각을 이해하면 시간이 끝나고 따라서 슬픔이 끝난다.
그것이 아주 분명하다면 우리는 슬픔을 바라볼 수 있으며, 기독교인들이 하는 것처럼 슬픔을 숭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숭배하거나 아니면 파괴해 버린다.
우리는 그것을 교회나 사원 안에 또는 마음 속 어두운 구석에 넣어 두고서 두려운 마음으로 붙잡고 있다. 아니면 발로 차 버리거나 집어던져 버리거나 그것으로부터 도망친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우리는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수 천년 동안 인간이 슬픔이라는 이 문제와 씨름했으나 해결하지 못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그것에 무디어졌고, 그건 우리 삶에서 피할 수 없는 한 부분이야, 라고 말하면서 받아들여 왔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저 슬픔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건 어리석을 뿐만 아니라 마음을 우둔하게 마든다. 그것은 마음을 무감각하고 야만적이며 천박하게 만들고, 그러다 보니 삶이 그저 일이나 하고 쾌락이나 찾아다니는 싸구려가 되고 말았다. 우리는 사업가나 과학자, 예술가 아니면 감상적인 사람, 자칭 종교적인 사람이라는 식으로 한 가지에만 사로잡혀 살고 있다.
하지만 슬픔을 이해하고 슬픔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시간을 이해해야 하고, 그에 따라 생각을 이해해야 한다. 슬픔을 부정할 수도 없고, 오락이나 교회나 조직화 된 신앙을 통해서 그것으로부터 달아나거나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일들을 하지 않으려면 아주 많은 주의가, 즉 에너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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