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밑줄 긋기

짚 한오라기의 혁명

그러한 2012. 1. 6. 14:32

 

 

본래 기업농이란 뿌리가 없는, 공중에 뜬 농업입니다. 기업농이란 동양의 방식이 아닙니다.

농부는 돈벌이를 하지 않고도 재산을 늘려갈 수 있습니다.

한그루의 삼나무를 심으면 한해 두해 자라서, 일년 동안에 쌀로 환산하면 한홉에서 두홉 정도 늘어납니다.

한그루의 삼나무에서 1~2홉의 쌀이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알의 볍씨를 뿌리면 100알에서 200알이 됩니다. 이것으로 족합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으로 노력하면 먹고살 수 있고 재산을 늘려갈 수도 있으므로

그것을 즐기며 살아가면 그것으로 족한 것입니다.

 

그런데 돈을 벌겠다고 하면 반드시 경제 페이스에 휘말려들게 되며 실패합니다.

오늘날의 근대농법이라고 하는 것은 자연을 도와서 자연의 은혜로 수확하는 것이 아니라

질소, 인산, 칼륨을 조합해서 쌀을 만들고 채소와 과일을 만듭니다.

저는 이것을 농업이 아니라 가공업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그런 농사를 짓는 사람은 가공업자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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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번 자연이란 무엇인가를 묻기 시작하면, 무엇일까란 무엇일까, 그 무엇일까를 질문하는

인간은 또 무엇일까, 이렇게 멈출 줄을 모르며 인간은 끝없는 의문의 세계에 빠져듭니다.

인간이 경탄하는 자연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그 의문을 해명하고자 할 때 두가지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의문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응시해 가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이 대상으로 삼는 자연을 해명해가는 길입니다.

전자는 구심적으로 철학이 되고 종교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후자는 자연과학의 길입니다.

 

종교는 무분별의 세계입니다.

그러나 분별하여 이 풍경을 보면 흐르는 물의 속도, 힘, 물결, 바람, 물, 구름 등 모든 것이

의문의 대상이 되며, 의문은 무한히 확대되어갑니다.

개오동나무 잎사귀에 맺혀있는 한방울의 이슬에 옷이 젖었다느니,

젖지 않았다느니 하는 정도라면 이 세상은 간단하지요.

그러나 한 방울의 물을 과학적으로 해명하고자 하면, 그때부터 인간은 끝이 없는 지혜의 지옥에 빠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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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목표가 있으며, 어떻게 사는 것이 보람있는 삶이냐는 말을 하지만,

인간에게 목표 따위는 본래부터 없습니다.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저는 40년 전에 알았습니다.

그 모두가 인간이 제멋대로 정해놓은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부유해지고 행복해지리라는 착각 속에서, 헛된 목적을 세우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보잘것 없는 삶이 되고, 보람 없는 생활이 되지 않겠냐고 할지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 반대입니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아무런 목표도 없이 한가하게 낮잠을 자며 지낼 때

거기서 가장 유쾌한 세계가 전개됩니다.

 

인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밖에 할 일이 없습니다.

만약 제가 사회활동을 하고자 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운동을 하는 것밖에 달리 할 운동이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면 자연히 세상은 평화롭게 되고 풍요로워지며,

이러쿵저러쿵 말할 일들도 사라질 것입니다.

 

 

 

- 후쿠오카 마사노부, <짚 한오라기의 혁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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