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息]/빈자의 양식

새가 되는 법

그러한 2015. 6. 23. 15:10

 

 

새가 되는 법

 

- 최호일

 

 

매일 하늘을 날면서 밥을 해 먹을 것 새의 목소리와 성격으로 수술하고 천장과 바닥을 없애버릴 것

 

일주일에 두 번 날갯죽지에 얼굴을 묻고 너무 캄캄해서 울 것 아직 태어나지 않은 듯 잡았던 손을 놓고 흔들며 인간의 마을에서 잊혀질 것

 

새장을 만들어 놓고 새장을 부술 것 하얀 새의 천 번째 울음소리로 얼굴을 씻고 하얗게 될 것 어둠이 묻어 있는 바람을 끌어다 덮고 자면서 오월이 오면 오월을 등에 지고 다닐 것

 

아침이면 새소리에 잠이 깨 새의 그림자를 만들어 놓고 빠져 나갈 것 시를 쓰고 짝짝 찢어서 바람에 날린 후 가장 멀리 날아 갈 것

 

자신이 새인 줄 모르고 새처럼 날아가다가 깜짝 놀랄 것

 

냄새 나게 새는 왜 키우니 하고 돌을 던지면 맞아서 죽을 것 죽어서 매화그림 속으로 들어갈 것

 

 

'[쉼-息] > 빈자의 양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라  (0) 2015.06.23
그만큼  (0) 2015.06.23
술패랭이꽃  (0) 2015.06.23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0) 2015.04.29
봄날은 간다  (0) 2015.04.14